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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당신이라는 싯점

그때 말하지 못한 것들

by 마르치아
우리는 종종, 말해야 할 때 침묵하고 말하지 않아도 될 때 입을 연다.





나는 한동안 그 반대를 반복하며 살았다. 너무 많은 것을 말했고, 정말 중요한 말은 삼켰다. 당신 앞에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날이 있었다.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침묵을 택했다. 그 침묵이 다 말한 것이었지만, 당신은 몰랐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떨리는 마음으로 그 순간을 견디고 있었는지를.




그때 나는 말하고 싶었다. "가지 마세요"라고. "나는 아직 당신을 믿고 있어요"라고. 하지만 나는 말하지 않았다. 사랑이란, 때때로 품고만 있어도 된다고 믿었으니까. 말로 흘러나온 순간 그것이 깨질까 두려웠고, 차라리 모르는 채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야만 나도, 당신도 덜 아플 거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 때로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필요한 것은 "남아줘"라는 솔직한 부탁이었다는 것을.




그 후로 나는 수없이 그 장면을 떠올렸다. 당신은 무슨 표정이었을까. 떠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처럼 아팠을까, 아니면 이미 오래전에 나를 떠난 것이었을까. 그 물음들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당신을 불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물음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음을. 내가 말하지 못했던 말들, 그 침묵 속에 남아 있던 진심을 용서하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말하지 못한 것들을 가슴에 안고 산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나를 짓누르지 않는다. 그 말들은 시간이 흘러 나의 일부가 되었고, 그 안에는 후회와 용기, 사랑과 미련이 함께 녹아 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내가 살아낸 방식이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그 말하지 못한 이야기마저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또다시 나는 조용히 글을 이어간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이렇게 조용히 당신 앞에 놓는다.

그리고 이제 나는 조금 더 진실해지고 싶다. 다시 사랑이 온다 해도, 말하지 못한 것을 묻어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지나간 계절이지만, 그 계절이 나에게 가르쳐준 다정함과 용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아팠던 만큼, 다정했던 그 날들을 오래도록 품고 싶다. 말하지 못한 말이 다시 내게 온다면, 나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전할 것이다. 당신에게 전하지 못했던 그 사랑을, 나의 다음 사랑에게는 머뭇거리지 않고 내어줄 수 있기를.



그렇게 오늘도 나는, 이 문장 끝에 마음을 실어본다. 다시는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여전히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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