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음덕에 대하여

by 이 경화


세상의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고 이해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것은 진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전체 정보량의 1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나머지,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으며 들리지 않는 것들. 그 모든 것들이 오히려 삶의 바탕이고 실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으로 본 것만 믿으려 하고 들리는 것만 따르려 한다. 불신이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믿습니다라는 고백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마치 사랑을 모르는 이가 사랑을 말하듯이 신을 체험하지 못한 이가 신을 설명하려는 것처럼 우리의 말은 종종 진실보다 앞서나가 버린다.


나는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힘을 느껴왔다. 이름 없이 나를 감싸는 것, 위기 앞에서 문득 살아남는 순간마다 그 어떤 계산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보호와 회복. 나는 그것을 음덕이라 부르기로 했다. 조용히 흐르고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호의와 간절함.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기도와 눈물이 나를 오늘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나는 부인할 수 없다.


사람은 홀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만물과 자연, 신과 우주의 기운이 모여 우리를 있게 했다. 기운이 물질이 되고, 물질이 오행이 되며, 그것들이 서로 생하고 도우며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고, 그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품으며 다시 우주의 일부가 되어간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천주교에는 통공의 교리가 있다. 현세의 우리와 죽은 이들, 부활을 기다리는 연옥 영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는 매일의 기도 속에서 연옥에서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닿기를 바란다. 나는 이 교리를 처음 들었을 때, 어디선가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말할 수 없이 깊은 위안을 느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도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그 기도는 언젠가 어머니였을 수도 있고, 이름조차 모르는 수도자의 기도였을 수도 있으며, 살아 있는 누군가의 눈물 섞인 바람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가장 절박했던 날,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던 그 순간, 나는 나를 위해 기도하는 어떤 존재의 힘에 자연스레 응답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조용한 빚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빚은 갚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잊지 말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사랑이고, 신앙이며, 인간됨의 증거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잊는다. 내 힘으로 이뤄낸 것들처럼 교만하게 마음을 세우고, 눈앞의 성취에만 마음을 빼앗긴다. 무언가에 몰두하다 문득 길을 잃었을 때, 나는 나를 위해 뒤에서 기도했던 그 익명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다시 중심을 찾는다.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내 삶에 닿았던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또 두 손을 모은다.


나는 믿는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고.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의 끝에는 항상 사랑이 있다고. 그 믿음은 내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이 믿음이 진심일 때 기적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더세인트를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해 보이지 않게 비는 마음. 보이지 않게 서 있는 수호자. 누군가의 가장 약한 순간을 지켜내는 침묵의 기도. 그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 당신의 삶에 조용히 발맞추어 서는 동반자가 되고 싶었다. 비손처럼 빛보다 먼저 도착하는 위로가 되고 싶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서로의 음덕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두 손을 모은다.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그 사랑을 기억하며.


#사진은아씨씨다미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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