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성자
며칠 전 나는 오르막길을 걸어 미사에 참석하러 가고 있었다. 혼자 걷는 길이었고 좋아하는 성가를 조용히 흥얼거리며 한 시간 가까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길은 제법 가팔랐고 생각보다 숨이 찼다. 그때 무심코 고개를 돌린 순간 작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애벌레 한 마리였다. 흙과 낙엽 사이, 연한 몸을 움찔이며 잎사귀에 매달려 있었다.
전에도 비슷한 장면을 여러 번 봤을 텐데 그날 따라 이상하게도 그 애벌레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별다른 움직임도 없고 소리도 없었지만 그 생명은 내 시선을 붙잡았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걸음을 멈춘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멈춰야 할 것 같았다.
그 애벌레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생명은 자기 자신이 나비가 될 줄 알고 있을까. 곧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뒤로 마음속에 조용히 무언가 하나가 던져진 느낌이 들었다. 그 조그마한 생명 하나가 내 안에 작은 파문을 만들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도달점이 어디인지 모르는 시간. 언젠가 나는 이 모든 시간을 이해하게 될까. 그 애벌레는 움직이고 있었지만 사실은 거기 '존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모습이 내게는 어딘가 익숙했다. 나 역시 매일을 살아내고 있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이 어디쯤인지는 가늠하지 못하는 채로 걷고 있었으니까.
그날 나는 미사보다 먼저, 아주 작은 강론 하나를 들은 셈이었다. 아무 말 없이, 아무 표현 없이, 그저 살아 있는 것으로 존재의 방향을 알려준 생명.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고, 애벌레는 여전히 잎사귀에 매달려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가끔 내게 묻는다. 지금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내가 무엇이 될지를 알고 있는가. 대답은 없지만 그 질문을 갖고 걷는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나의 형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시간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듯, 우리도 어쩌면 그렇게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인지 모른다. 변화는 언제나 조용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 조용함을 알아보는 눈이 있을 때, 오르막길에서조차 멈출 이유가 생긴다.
그날 나는 애벌레를 만났고, 지금도 종종 그 장면을 떠올린다. 이유 없이 무심코 멈췄던 그 순간이 내게는 아주 오래 남는다. 그 작은 생명 하나가 내게 일러준 건,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이유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도 충분하다는 확신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아주 작은 몸짓으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경로를 응시하며 걷는다. 목적지가 뚜렷하든 흐릿하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비가 될 자격은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