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리따 앞에서

장미묵주

by 이 경화


《성녀 리따의 앞에 있었다》


이탈리아 스폴레토를 여행하다가 이상할 만큼 강하게 이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발길이 자연스레 한 외곽 마을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여기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공기 속에 투명한 떨림이 있었고, 하늘은 말할 수 없이 맑았다.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 이 세상의 결을 벗어난 것 같은 차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마을 전체를 감싸는 장미 향기였다. 어디를 가도 향기가 흘러나왔다. 골목을 돌면, 돌담을 따라 걷기만 해도, 공기 사이로 맑고 깨끗한 장미 향이 몸을 감쌌다. 그 향기는 우리가 아는 장미 향기와는 전혀 달랐다. 세상의 꽃이 아닌 듯,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향기. 너무 순하고, 너무 고요해서 가슴이 저릴 정도였다.


그곳은 성녀 리따의 고향이었고, 장미 묵주의 마을이었다. 향기가 마을을 채우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집집마다, 골목마다, 기념품 상점마다 장미 묵주가 놓여 있었고, 사람들의 손끝엔 기도하는 습관처럼 그 묵주가 들려 있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기도였고, 숨 쉬는 것조차도 장미 향이 되었다.


성녀 리따의 생애는 남달랐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부모의 뜻으로 결혼했고, 두 자녀를 두었다. 하지만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녀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다. 수도회에 입회하고자 했지만 과부라는 이유로 수차례 거절당했다. 당시의 관습과 제도 속에서 그녀의 기도는 문 앞에서 멈춰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심이 깊었던 리따는 묵묵히 기도하며 때를 기다렸고, 마침내 기적처럼 수도회 입회의 길이 열렸다.


그녀는 수도원 안에서도 조용히, 그러나 깊은 신앙으로 자신의 삶을 봉헌했다.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살았고, 자신의 고통을 누구의 탓도 없이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절망하는 이들의 수호 성인이라 부른다. 삶의 끝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희망이 꺼진 사람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이들이 그녀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성녀 리따의 시신이 안치된 성당에 들어섰다. 유리관 안에 누워 있는 그녀의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 아름다웠다. 수 세기가 지나도록 썩지 않은 그 육신은 믿기 힘들 만큼 평온해 보였고, 성당 안에는 여전히 장미 향이 가득했다. 향기는 그 자체로 기도였고, 그 순간 나는 말없이 숨을 고르며 두 손을 모았다. 장미 한 송이가 되어 나를 감싸는 듯한 그 향기는, 그녀가 평생 바쳤던 삶의 결실처럼 느껴졌다.


고난이 곧 사랑이 되고,

사랑이 곧 향기가 되어

세상을 감싸 안는다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깊이 체감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장미 향기를 맡을 때면 그녀를 떠올리게 되었다. 절망 앞에서 기도하던 그 여인의 조용한 생애와, 그 고요한 향기 안에 깃든 강인한 믿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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