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제자리 찾기
암수의 홈이 맞아 들어가는 그 순간을 본 적이 있는가. 못 하나 쓰지 않아도 두 조각의 나무가 서로의 모양을 알아보며 딱 하고 붙는 그 찰나. 그 소리는 아주 짧지만 오랜 세월의 기다림이 숨겨져 있다. 나무는 아무렇게나 맞지 않는다. 햇빛을 견디고 비를 맞으며 제 결을 드러내야 한다. 습기를 버티고 건조를 견디며 단단해질 때 비로소 서로를 받아들인다. 그때 나는 생각한다. 인연도 삶도 결국은 이렇게 맞물리는 것이 아닐까. 억지로 끼워 넣을 수 없고 억지로 버틸 수도 없다. 단단해진 다음에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렇게 연(緣)은 합(合)하여 막힘이 사라진다.
나는 오랫동안 내 인생이 종종 어긋났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사람 사이에서도 일 속에서도 사랑 안에서도. 아무리 애써도 맞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 내 모양이 잘못된 것 같아 자꾸만 나를 깎고 다듬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알았다. 나는 잘못 깎인 것이 아니라 아직 덜 말랐던 것이다. 내 결이 다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은 나를 재촉했지만 나는 내 마음의 속도를 따르기로 했다. 그게 기다림이었다.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었다.
목공의 세계에서는 맞물림이 완벽해야 구조가 선다. 삶도 그렇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일과 나의 의지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서로 맞물려야 무너지지 않는다. 억지로 맞추면 나무가 깨지고 억지로 버티면 마음이 부서진다. 그래서 기다림이 필요하다. 삶의 건조기 같은 시간 속에서 나는 내 결을 드러내야 했다. 세상의 소란 속에서도 나를 깎아내는 고요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다듬어진 후에야 인연은 자연스레 제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가다 보면 마음의 틈새가 생긴다. 세상의 속도가 너무 빠를 때 사랑이 어긋날 때 내가 나를 놓칠 때 그 틈은 생긴다. 그 틈을 메우려 애써도 이상하게 딱 맞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가져와도 틈은 남는다. 그건 아직 내 마음이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도 제 철이 되어야 비로소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조급하면 틈이 생기고 서두르면 균열이 난다. 그래서 기다려야 한다. 틈이 있더라도 그것이 나의 현재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단단해져야 한다.
그 기다림 속에서 나는 조금씩 제자리를 알아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고요한 새벽의 침묵 속에서도 나는 점점 나다운 형태로 단단해졌다. 예전에는 흔들림이 곧 불안이었지만 지금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느낀다. 아 내가 내 자리에 앉아 있구나. 그 깨달음이 찾아온 순간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내 안은 잔잔했다. 바람은 지나가도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뿌리가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삶의 제자리는 누가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다듬고 깎아 제 모양을 찾아 들어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다듬어지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거친 모서리가 깎이고 단단한 결이 드러날수록 세상은 내게 부드럽게 맞물렸다. 나의 모양이 누군가의 빈 곳을 채우고 그들의 결이 나를 감싸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구조가 되었다. 그렇게 서로의 틈을 메우며 선다는 것이 연합무애다. 인연이 흘러와 막힘이 없고 서로의 결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 삶은 조용히 완성된다.
못 하나 쓰지 않아도 나무는 제자리를 안다. 마음도 그렇다. 세월이 흐르면 어긋난 기억도 부서진 사랑도 결국엔 맞물린다.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제 철이 되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상처도 추억도 그렇게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그때 나는 알게 된다. 삶은 어긋남의 연속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매번 조금씩 깎이고 다듬어지며 마침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이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삶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언젠가 그 순간이 올 것이다. 서로의 모양이 맞아 들어가며 한 점의 틈도 없이 붙는 그 순간. 세월이라는 장인이 이미 우리를 다듬어 두었을 테니 못 하나 필요 없을 것이다. 그 순간의 소리를 나는 안다. 덜컹도 쾅도 아닌 작고 단단한 딱 하는 소리. 그건 내 인생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소리다. 그 소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릴 때 나는 안다. 인연이 제 모양을 찾아 막힘 없이 이어지는 그 순간. 바로 그것이 연합무애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