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이 지나 길을 떠난 마리아와 요셉은 베들레헴에 이르러 머물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었다. 나귀에 올라탄 마리아의 얼굴에는 고단함보다 먼저 염려가 깔려 있었다. 언제 아이가 태어날지 알 수 없는 몸을 이끌고 길 위에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숨을 짧게 만들었다.
요셉은 나귀를 끌며 몇 걸음마다 마리아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그녀의 상태뿐 아니라 자신이 이미 적지 않은 나이라는 사실과 이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될 때까지 곁에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함께 품고 있었다. 그 질문들은 말이 되지 못한 채 마리아의 얼굴 위를 서성였다. 그들의 등 뒤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마치 혀처럼 땅 위에 눕혀진 어둠이 말없이 그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해가 기울 무렵 마리아의 몸에 낯선 파도가 밀려왔다. 그러나 그것이 진통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초산의 몸은 통증에 이름을 붙일 줄 몰랐고 다만 숨이 가빠지고 손끝에 힘이 빠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뿐이었다. 베들레헴은 명절을 앞두고 있었다. 도시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남아 있는 방은 없었다. 요셉은 골목마다 들어섰다가 다시 나왔고 문을 두드릴수록 대답은 더 짧아졌다. 그들은 도시의 골목을 거의 다 훑었지만 밤을 넘길 자리는 끝내 허락되지 않았다.
골목의 끝자락에서 요셉은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문을 두드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낮게 묻듯 말했다. “여기 방 있습니까.”
다른 손님의 방을 치우느라 헐레벌떡 뛰어나온 나이 많은 여관 주인은 마리아의 배를 보는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이내 말없이 상황을 헤아리는 표정으로 가라앉았다. “곧 아기가 나오겠구먼.” 그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지금은 방이 없네. 하지만 괜찮다면 우리 집 옆에 붙은 마굿간이라도 내어줄 수는 있겠네. 보아하니 진통을 하는 것 같아.”
마굿간이라도 좋으니 어서 나귀에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마리아의 얼굴에 먼저 비쳤다. 요셉은 그 마음을 알아보고도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안함과 걱정이 뒤섞인 눈빛이었다. 진통은 점점 거세졌고 마리아는 숨을 고르며 가느다란 소리로 말했다. “요셉. 주님이 마련하신 곳은 그쪽인 것 같아요. 우리 그쪽으로 가요. 나는 괜찮아요.”
어둠이 마굿간에 다녀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와 요셉이 들어서자 말들은 뜻밖에도 잠잠해졌다. 숨소리만 낮게 오르내릴 뿐 발굽도 고개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짚 냄새에 말들의 체온이 섞여 있는 그곳에서 여관 주인은 말없이 두터운 천을 꺼내 바닥에 깔았다. 그는 마리아의 팔을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천천히 그녀를 뉘었다.
마리아는 아이를 어떻게 낳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몸은 이미 그 길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여관 주인은 마리아보다 먼저 요셉을 보았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먼저 진정되어야 할 사람은 그였다. “애기 아버지는 어서 물을 끓이세요.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마리아는 생각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이를 낳는 법도 이 고통을 견디는 법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주님께서 제 몸을 통해 구세주가 오신다고 하셨기에 저는 순종했습니다. 그러나 주님. 너무 아픕니다. 주님. 주님.
마리아의 숨이 끊어질 듯 이어졌고 고통은 마굿간 안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졌다. 말들은 숨을 죽였고 이따금 낮게 울음 같은 소리를 냈다. 마굿간 밖의 밤은 유난히 밝았다. 마리아가 숨을 놓으려는 바로 그 순간 여관 주인의 목소리가 밤을 갈랐다. “아기 엄마 지금이야 힘을 줘요.”
마리아는 남아 있던 마지막 힘을 끌어모았다. 아기는 산도를 빠져나오며 세상과 처음으로 공기를 나눴고 이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응애.
여관 주인은 아기의 탯줄을 조심스레 잘랐다. 그리고 천으로 아이를 감싸 마리아의 배 위에 올려주었다. 피와 양수가 뒤섞인 채 아직 따뜻한 아이였다. 마리아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이 먼저 밀려왔고 그 뒤를 따라 눈물이 흘렀다. “아가.” 그녀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낮게 말했다. “내가 네 엄마란다. 나는 마리아야.”
신이 인간이 되는 순간이었다.
요셉은 물을 끓이다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가늠할 틈도 없이 그는 불을 그대로 둔 채 마굿간으로 뛰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피와 땀에 젖은 마리아와 그녀의 품에 안긴 작은 아기가 한꺼번에 그의 시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지 못했다. 요셉은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 저 작은 몸이 인류를 구원하러 온 메시아라니. 그 생각은 이해라기보다 두려움에 가까웠다.
그때 마리아가 기쁨의 눈물에 젖은 얼굴로 요셉을 향해 손짓했다. “요셉. 보세요. 우리 아기에요.”
요셉이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았을 때 그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 작았고 예상보다 훨씬 따뜻했다. 손바닥 안에서 아이의 몸은 말랑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는 그 아기를 안았을 때 처음으로 두려움 없이 숨을 내쉬었다.
그 시각 동쪽의 밤에서는 세 사람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가장 젊은 박사가 말했다. “길을 떠날 때가 되었군요.” 가장 나이 많은 박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서두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 밤이 지나가면 그 별이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없는 눈빛이 오갔고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제 정말 그들이 베들레헴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었다.
젊은 박사가 걸음을 옮기다 말고 낮게 물었다.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요.”
가장 나이 많은 박사는 잠시 발걸음을 늦추었다. 그는 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공기 속에서 낙타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렇다면.”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리는 길 위에 있었던 시간이 남겠지.”
젊은 박사는 다시 물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까.”
노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고 말고.” 그는 별을 다시 올려다보며 덧붙였다. “의미는 늘 도착지보다 이동 중에 더 많이 생기네. 우리는 이미 그 시간을 건너고 있지.”
하늘의 별들은 가장 큰 별을 중심으로 꼬리를 물 듯 이어지며 방향을 만들고 있었다. 길을 재촉하던 그들은 들판에서 양을 치는 목자들을 만났다. 가장 나이 많은 박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저기 떠 있는 저 별이요. 평소에도 늘 떠 있던 별입니까.”
목자는 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아뇨. 저도 오늘 저 별을 처음 봅니다. 그래서 참 희한한 일이 다 있구나 싶었지요. 아마도 귀한 분이 어디에선가 탄생하신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방박사들의 등이 멀어질 즈음 한 목자가 중얼거렸다. “양들은 어쩌지.”
다른 목자가 모닥불을 발로 정리하며 대답했다. “오늘 밤은 괜찮을 거야.”
그는 잠시 들판을 둘러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이 유난히 낮게 느껴졌다. “이런 밤에라면.”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양도 길을 잃지는 않겠지.”
그들은 더 말하지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일으켰고 모닥불은 그대로 두었다. 들판은 잠시 비어 있었지만 밤은 이상하리만큼 불안하지 않았다.
사막의 바람은 그날따라 고요했고 별은 조금씩 낮아졌다. 한 목자가 손가락으로 그 방향을 가리켰다. “저긴 베들레헴입니다. 여관들이 몰려 있는 쪽이지요. 아마도 저기 어딘가인 것 같습니다.”
세 박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귀한 분이 태어났다면 여관이라니. 젊은 박사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나이 많은 박사가 그의 팔을 다정스레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대화는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그들은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별보다 먼저 닿은 것은 그 소리였다. 마굿간 입구에 이르자 여관 주인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의 행렬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등을 조금 더 높이 들어 어둠이 아이에게 닿지 않도록 길을 비켰다.
사람들은 문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누구도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 자리는 이미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신이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은 번개처럼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 종도 울리지 않았고 누군가의 이름이 크게 불리지도 않았다. 다만 한 아이가 울었고 그 울음을 따라 몇 사람이 길을 걸었을 뿐이었다. 여관 주인은 등을 조금 더 높이 들었고 낯선 이들은 문 앞에서 멈췄다.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고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신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아마 이런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팔 안에서 숨을 쉬고 짚 냄새와 피 냄새가 섞인 자리에서 밤을 넘기는 일. 하늘보다 먼저 땅에 닿고 믿음보다 먼저 몸으로 받아들여지는 일. 그날 밤 신은 낮은 곳에 머물렀고 사람들은 더 낮은 자세로 그 앞에 섰다. 무릎이 아니라 삶을 굽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