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상 無住相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것

by 이 경화


나는 오래전부터 무엇에도 머무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세상을 부정하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더 깊이 사랑하고 더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오래 붙잡으려 애쓸 때 오히려 그 대상이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고 지나가는 시간을 움켜쥐려 할 때마다 손끝 사이로 빠져나가는 순간들을 절감했으며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흐르는 것을 흐르게 두기로 마음을 정했고 오려고 하는 것은 오게 두고 떠나려는 것은 붙잡지 않으며 다만 그 시간 그 인연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껴안기로 했다.


무주상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이미 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며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어떤 형태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그러나 스쳐가는 모든 것들을 가장 깊이 사랑하는 태도를 내 삶 속에 품고 있었다. 나는 붙잡지 않기에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었고 머무르게 하려 하지 않기에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살아가며 내 안에 깃든 것들을 억지로 이름 붙이지 않았고 지나간 것들을 억지로 불러 세우지 않았다.


나는 오늘 이 순간을 사랑하지만 이 순간이 영원히 내 곁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사람을 깊이 아끼지만 그 사람이 언젠가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아낀다. 나는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머무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세상에서 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강물처럼 살아가고 있으며 머물지 않으면서도 순간을 깊이 품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내가 흘러가면서도 사랑을 품을 수 있는 것은 무주상이 내 삶에 깃들었기 때문이다. 붙잡지 않는 손이 가장 부드럽고 머무르려 하지 않는 마음이 가장 단단하며 흐르는 존재가 가장 깊게 세상을 껴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오늘도 나는 어딘가를 지나가고 있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으며 그러나 스쳐가는 모든 것에 온 마음을 내어주고 있으며 그래서 나는 비로소 사랑하고 있으며 흘러가면서도 머물렀던 것처럼 기억하고 있으며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영원처럼 깃드는 순간을 품고 있으며 나는 내게 주어진 이 흐름을 억지로 거스르지 않고 내 삶 전체를 강물처럼 흘려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머물지 않기에 자유롭고 붙잡지 않기에 더욱 깊게 껴안을 수 있으며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인연과 시간과 존재는 그렇게 흘러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남기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조용히 배워가고 있으며 그 배움의 끝에서 나는 오늘도 고요한 마음으로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