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봄 내음이 교정에 채 발 딛기 전,
모국에 당도했다는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
나는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적에 이름을 올렸다.
긴장되는 마음을 달래줄 애착인형과
나의 학구열을 보여줄 한글 쓰기 연습장을 챙겨 가방에 메고
초록색 교실의 한 면을 차지하는 낯선 교실 풍경에 들어서니 마음이 울렁였다.
장난감이 하나 없는 낯선 교실의 풍경과,
키도 덩치도 다르지만 다 나와 비슷하게 생긴 친구들.
잡초 하나 자라지 못한 노란 운동장의 모래를 눈에 담았다.
타국의 작은 교민사회에서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백 씨 성의 짝꿍은
한껏 위로 올려묶은 포니테일에 구릿빛 이마와 흰 눈동자가 대비되어 반짝였다.
동남아의 태양에 그을린 내 까무잡잡한 피부도 너무 튀지는 않겠구나,
안도한 것도 잠시, 입을 연 순간 나는 서울 출신 깍쟁이가 되어버렸다.
부산 토박이인 친구들은 왜이렇게 사투리에 자부심이 강한지,
질투일지 동경일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들과 다른 점을 탐색해 나갔다.
아직 영어 단어 몇 개 배우지도 못한 아이들은
나의 영국식 영어 발음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선생님도 내가 틀렸다며 발음을 고쳐주다니, 자존심이 구겨졌다.
인도네시아 에서 왔다고 소개 했음에도
친구들은 계속 내가 인도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들까지 인도에서 온 걔냐고 묻길래 결국 인정해버렸다.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아직 교문을 채 넘지 못한 시절,
자기 동네 밖을 나선 경험도 별로 없는 짧은 인생.
까마득히 먼 나라의 색다른 음식과 언어와 문화를 경험해오던 나는
보호색을 잃어버린 카멜레온 처럼 움츠러 들었다.
하여튼 고집들 하고는,
한국인이라고 다 내 편일 수는 없다 이거지.
빨리 한국에서 내 편을 늘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전세계로 치면 이미 내 편이 숫자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