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운 Aug 14. 2023

[짧은 생각,시]

고백 후에

그 날은 제법 감동 깊었지

한 낮에 석양이 지던 후광은 눈이 아주 부셔

잠깐 내리 챈 채로 나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숨 죽여 생각했지


타인의 삶이란 나의 뜻과 별반 다르지 않아

수 많은 시간들의 이야기를 흘려듣곤 했지만

너의 몇몇 시간은 놓칠세라 필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였지.


그 날의 음표가 얼마만큼의 높이의 매달려 있는지 솔직히 상관 없었어

작은 소리조차도 내 숨을 억누르는 듯 해서

실례가 될 줄 알면서도 나는 앉은 자리에서 마음 속으로 낮게나마 환호성을 질러댔지


아마도 빛이 소리가 난다면 지금과 같지 않지 않을까

나름의 경의를 표하는 바, 그제서야 '본다'의 참 뜻을 알았어


끝나가는 장마비 속에서 여러 분 숨겨둔 기적 같은 일상이 드디어 기억난 것처럼.

밤은 아침 이슬을 준비하고 있는데 석양처럼 여전히 붉게 타오르던 너를

내 시간에 언뜻 안겨왔다 기억하기로 했어


그래, 그 날은 제법 감동이었어


매거진의 이전글 [짧은 생각] '내 삶이 죽음보다 가취있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