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후에
그 날은 제법 감동 깊었지
한 낮에 석양이 지던 후광은 눈이 아주 부셔
잠깐 내리 챈 채로 나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숨 죽여 생각했지
타인의 삶이란 나의 뜻과 별반 다르지 않아
수 많은 시간들의 이야기를 흘려듣곤 했지만
너의 몇몇 시간은 놓칠세라 필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였지.
그 날의 음표가 얼마만큼의 높이의 매달려 있는지 솔직히 상관 없었어
작은 소리조차도 내 숨을 억누르는 듯 해서
실례가 될 줄 알면서도 나는 앉은 자리에서 마음 속으로 낮게나마 환호성을 질러댔지
아마도 빛이 소리가 난다면 지금과 같지 않지 않을까
나름의 경의를 표하는 바, 그제서야 '본다'의 참 뜻을 알았어
끝나가는 장마비 속에서 여러 분 숨겨둔 기적 같은 일상이 드디어 기억난 것처럼.
밤은 아침 이슬을 준비하고 있는데 석양처럼 여전히 붉게 타오르던 너를
내 시간에 언뜻 안겨왔다 기억하기로 했어
그래, 그 날은 제법 감동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