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좋지 못한 것들을 비워냈다. 시작은 사건으로부터 비롯됐으나 언젠가는 변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무엇이 됐든 반환점을 점지할 수고를 덜게 됐다.
원래의 형상이 무엇이었는지 나로선 알 수가 없다. 본질을 알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했다. '나는 누가인가'
그러나 무엇이 나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분명 비루함 혹은 처량함이겠으나 과연 이 것이 나일지 의문이 든다. 아마도 비루함이란 느낌은 학창 시절, 환경으로부터 형성된 감정일 것이리라.
두 번째 문제는 이만큼 비워내고 또다시 질문과 생각으로 채운다고 해서 전부 채워지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것들로 채우려 함이 문제인가.
기도, 성실, 성찰, 바름. 내게로 들어갈 생각의 입구는 매우 좁고 특이한 모양인 듯한 느낌이 든다.
채워지지 않아서 외로운 것인가. 이것으로 인해 내가 죽게 되었다면 그만둬야 할까
'내 삶이 죽음보다 가취있기를' - 조커(2019), 아서플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