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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Aug 14. 2023

[짧은 생각] 잔인함에 대하여

 타인을 나만큼 믿지 못하는 경우는 다만 혼자만의 이야기만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과거의 그림자 역시 혼자만이 간직한 이야기 또한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시 중 오 할은 뒤적이다 보면, 끈적이는 타르처럼 질척거리는 슬픔의 감정들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역한 냄새와 죄악시 여겨지는 검은빛을 손가락질하면서도 우리는 우습게도 그 깊은 곳에 빠져 한 동안 끝없는 도취감을 원한다. 대개는 이별의 감정이 그렇다.


 그러나 이별로부터 오는 슬픔을 그런 행위에 투영해 득도의 과정으로 취급할 필요는 없다. 사물과 사건, 그리고 사실은 어떤 성질을 갖지 않는 순수한 날 것이어서 날 것 그대로의 성질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우리가 자기 주도적으로 스스로에게 가학을 추구한 까닭은, 순수한 날 것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우리는 잔인한 사실에 대해 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여 기억하기 편한 쪽으로 뱃머리를 틀곤 한다.


 혹은 양심에 반한 행동으로 이해해 자책을 덜기 위함일 수 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드라마틱한 온도를 첨가할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혼자만의 이야기로 깨끗하게 빚어진 술에 슬쩍 향긋한 과일 같은 무엇을 넣을 필요는 없다. 세계에서 칭송받는 여러 술들처럼 인위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순수한 결정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묘한 풍미를 감상할  있는 듯이.


 따라서 우리의 순수함이 과연 본질 그 자체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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