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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Aug 14. 2023

[짧은 생각, 편지] 펜을 잊은 그대에게

 이건 누가 더 슬픈가 대결하는 경기가 아니에요. 그래서 그리운 마음에 순위를 둘 필요는 없어요.


 그날 골라 입고 나온 하늘색 원피스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예뻤어요. 그리고 난 조금 더 진한 청색 재킷을 입었죠.


 그대 마음이 더 푸르러서 슬픈 것이 아니라고 위로하고 싶어요. 님의 침묵과 서시라는 시가 사실은 많은 슬픔을 담고 있는 글일지라도 오늘날 우리가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 시처럼, 그날의 당신이 나를 견딜 수 없이 슬프게 만들었어도 지금의 나는 표정조차 떠올리지 못해 추억만으로도 피식 웃을 만큼 아끼고 있음을 들려드려요.


 나는 당신이 마음속에 나 대신 다른 무엇을 쌓길 바라요. 조언해 줄 말은 없지만 그냥 막연하게 그러길 기대해요. 내가 바라본 그대는 색이 바래져 가는 꽃 같아서 어느 날 무색의 꽃이 될 것 같아, 그래서 아무 향기도 아름다움도 없어질까 봐 걱정이 들어요.


 장마가 혹독했고 꽃샘추위가 강렬했어도 허무함이 더 가까이 느껴짐은,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의미가 쏜살같이 떠나간 것의 대한 아쉬움 때문이겠죠. 추억을 사랑하는지 추억 속에 사랑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당신에 대한 나의 마음을 소극적이고 두렵게 만들어요.


그럼에도 그대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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