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리웠노라' 표현하려다 누군가의 목 안으로 밀어 써낸 들, 그 이야기는 그곳에 있지 않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존재함에 있어 무엇인가를 부정해도 여전히 달은 뜨고 바람은 찾아올 까닭입니다. 무엇을 괴로워해야 할지 아무도 일러주지 않아도 그것이 결코 잘못된 표현이 아님을 압니다. 막연히 보이는 공간을 그런 이유로 메꾸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일 것입니다. 하나 슬프게도, 우리의 체온이 한 곳에 머물러 있지 못해 추락하는 자의 수치를 경험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나는 때때로 이런 사소한 것들 때문에 해가 긴 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의미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쓸모없고 시답잖은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리워함은 양적으로 쌓인 달력뭉치들보다, 내가 그리워한 모든 시간들만큼 나를 아쉽게 하고, 나름 소중하자 생각했던, 손에 깃들어 있었던 사랑의 무게만큼 나를 아쉽게 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나서려다 멈칫하는 내 발처럼. 떠나가라 말한들 쉽사리 번복할 수밖에 없는 마음처럼.
작금에 들어 어지러운 세상을 맞이했으나 아직 선명한 묫자리하나 찾지 못한 나는, 취한 듯 비틀거리며 모든 아름다움이 묻힐 곳을 찾아 젖어있는 손수건에 아까운 탄식 한 번 쏟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