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정아의 '도망가자'을 오마주
떠나가자
그냥 그러고 싶단 핑계를 대고
처음 웃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떠나가자
함께 남겠다는 말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민들레씨가 이듬해까지도 남지 않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떠나가자
짐 같은 거 쌓아 두지 말고
쓰고 찬 것들 두고 가면 돌아오기 싫어지니까
그냥 그런 거 남겨두지 말고
대신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 죄다 채우고 가면
고단한 하루의 청춘이
집에 온 택배가 기다려져
웃음 섞인 숨 터헉 뱉으며 뛰어가듯이
그런 맘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그니까 그런 것만 남겨두고
이유 모르게 떠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