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잊은 그대에게
열을 세어 보아 열 하나를 넘지 못했을 때
마음의 크기는 이 정도.
열을 넘지 못한 하나는 나의 자랑으로 남기고
너를 충분히 보내고자 한다
많을 것을 바라지 말라
'네가 그리워서 보고 싶다'이 진부한 문장은
그 첫 단어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너의 모든 것을 지우고 나의 모든 것으로 채울 수 있고
또 원한다면 당장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첫 단어는 아무래도 네 것인 것 같아
이게 옳은 것인가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나는 하늘색이 그립다
그립고 그리워 이제는 그립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더라
깊은 밤 나를 쓰다듬은 마음은
너를 보듬었던 옛적부터 가버린 내 손길이었더라
그러나 나머지 하나가 남는다면 마음의 크기는 이뿐이니
조금의 이기심으로 남은 몫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