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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Sep 09. 2023

[짧은 생각] 무제

 나는 여전히 스누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강아지 캐릭터가 자기 주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든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에피소드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카톡 프로필 사진에도 핸드폰 배경화면도 온통 그 강아지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기억과 잊힘은 비례한다. 마치 데칼코마니와도 같아서 잊힘에 대한 시간 앞에 관대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맘이 속상한 건 사실이다. 지난날 말 없는 한숨들이 나 외에는 아무 상관없는 짓이었기 때문에 이기적 일지 몰라도 약간의 아쉬움에 같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를 솔직한 심정으로 고백한다. 덜 성숙한 일일지 몰라도 행복을 비는 와중에 맘껏 행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맘도 있다.


 나의 슬픔과 침묵이 과연 아쉬움일까


 결국 나의 글대로 모든 것이 이뤄졌는데 모든 그리움과 아련은 내가 지겠으니 당신께서는 부디 행복하소서이라는 고백은 이제 내가 말하길 치기 어린 마음에 눌러앉은 문장이 돼버렸다.


 내게 보이는 섬이 해운에 가린 채 아름다운 도원으로 여짓 비춘다. 말하건대 동정함은 그곳에서 건너온 도화향을 맡았음이라.


 나의 섬에 다른 꽃이 피 지지 않는 한, 어쩌면 잠시 취해있을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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