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보다 보통의 날이 훨씬 더 많다
사람들은 관계를 표현할 때 이상하게도 날짜를 기다린다.
생일이 되면 사랑한다 말을 하고, 기념일이 되면 고맙다는 말을 꺼낸다.
연말이 되면 그제야 한 해를 돌아본다.
평소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대부분의 날이 너무 평범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기억에 남을 장면도 없고,
그저 하루가 또 하루처럼 흘러가는 날들.
그래서 그런 보통의 날에는 마음을 꺼내 보일 이유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별일 없는 하루에
갑자기 꽃을 사야 할 이유도 없고,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말을 꺼낼 이유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표현을
조금 더 의미 있는 날로 미뤄 둔다.
생일에 말해야 할 것 같고,
기념일에 해야 할 것 같고,
어떤 특별한 장면이 생기면
그때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는
그 특별한 날들보다
그 사이에 있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더 많이 지나간다.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하루를 묻고,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시간들.
생각해 보면 관계는
그런 장면들로 이어진다.
특별한 날은 가끔 오지만
평범한 날은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한다.
그래서 관계의 대부분은
그 보통의 날들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굳이 아무 날도 아닌 날에
작은 일을 만든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냥 오늘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건네는 일.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거나,
같이 밥을 먹자고 말하거나,
문득 떠올라 작은 선물을 건네는 일.
그렇게 보면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은
거창한 기념일을 챙기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관계라는 건
특별한 날보다
아무 일 없던 날들 속에서 더 많이 이어진다.
그래서 어떤 날은
굳이 이유가 없어도 괜찮다.
그냥 오늘이기 때문에
마음을 한 번 건네보는 것.
어쩌면 관계를 오래 이어주는 건
특별한 날보다
그저 지나가기 쉬운
평범한 하루들 인지도 모른다.
ㅡ The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