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10만 명이 조회했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겼다.

by The 늦기 전에

12월, 1월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달이다. 연말 특유의 들뜨는 기분도 좋고, 새해를 맞이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 잡고 목표를 세울 때의 기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고이 묻어둔 슬픔이 피어오르는 때이기도 하다. 부모님의 기일이 가까워오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아버지는 12월에, 할머니는 1월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그런지 연말연시가 되면 할머니와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고, 살아생전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생각을 하다가 아버지 장례식 때 군복을 입고서까지 조문을 와주었던 친구 놈이 갑자기 떠올랐고,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잘 써지지도 않았다. 마땅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고, 문장은 쓰는 족족 어색해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중간에 '괜히 쓰기 시작했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왕 시작한 거 완성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퇴고도 없이 발행을 했다.


지이이이잉~!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글을 발행한 후 노트북을 덮고 홀가분하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쓴 글은 그저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정리한다'라는 목적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폰 알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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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브런치 알림을 보는 순간 처음 했던 생각은 '네?? 왜요???'였다. 얼떨떨했다. 특별한 목적의 글도 아니었고, 시류에 편승한 글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때 딱히 잘 쓴 글이 아니었다. 그저 과거의 내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그냥 의리 있는 내 친구 자랑을 했을 뿐인데 1000 돌파라니.


사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 3월, 할머니에 대한 글들을 모아 브런치북을 만들었을 때 하루 조회수가 3000을 넘은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다음'사이트 메인화면에 걸리고, 카카오 탭에 글이 실렸다. 그때 어찌나 기뻤는지 아무한테나 연락을 하고 자랑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조회수는 6천대에서 멈춰버렸고, 더 이상 어떤 알림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알림을 받고도 왜 1000을 돌파했는지 의아하긴 했지만 그냥 '아 브런치 메인화면에 실렸나 보구나'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다.


1만 명?!!!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휴대폰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조회수가 1만 명이 됐다는 알림이 왔다. 그래서 들어가 보니 그 사이에 1000, 2000, 3000... 을 넘어섰다는 알림도 도착해있었다. 뭐지 하는 생각으로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직장 IN'탭 메인에 노출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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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지금까지 내가 쓴 모든 글의 조회수를 합쳐도 2만 회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글 한 편이 조회수 1만에 도달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빠르게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얼마 뒤 조회수는 2만이 되었고, 곧 3만에 도달했다. 하루가 지났을 무렵의 조회수는 4만 5천. 오직 글 한 편으로 만들어진 조회수였다.


아내에게 글을 보내주며 왜 그런지 물었다. 그랬더니 아내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가 썼던 글보다 못한 것 같은데 왜 조회수가 높은지 모르겠단다. 감동도, 정보도 없다나... 아내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워주었다. 글의 제목이 "경조사(장례식)에 가야 되는 이유"니까 연말정산을 하는 직장인들이 경조사비 연말정산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고 낚였을 것이란다. 아... 기분은 나빴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어느 순간 확인하니 다음 포털사이트에 '직장 IN' 탭의 베스트 1위 글에 내 글이 등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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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 사태로 느낀 점이 참 많다. 먼저 글을 읽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늦은 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조회수는 끝없이 올라갔다. 주변에 책이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몰랐는데 수만 건의 조회수를 보니 나처럼 글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글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구나.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좀 신중하게 발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도 왜 하필이면 이 글의 조회수가 올라갔나 의아하다. 괜히 더 부족해 보이고, 허술해 보여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무튼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다음엔 조금 더 신경 써서 진정성 있는 글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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