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글쓰게 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회피형 인간의 뿌리 탐색기

by 할매옷장

난 해를 거듭할수록 회피가 심해지는 회피형 인간이다.


나는 온갖 것을 회피한다

-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상대(아 부담스러워...)

- 내가 좋아하는 상대(나 안 좋아할 것 같은데;;)

- 나에게 관심도 없는 상대(아 좀 좋아해줬음 좋겠는데ㅠ)

- 나에게 잘해주는 상대(다 내가 갚아야 되는 빚... 조금만 덜 잘해주라)


에라이 연애고 일이고

뭔가 '될까...?' 싶으면 지레 발을 빼버리는 성격 탓에 연애 사업은 2N년째 말아먹고 있다.

(이 글도 11월에 써놓고 작가 신청 떨어질까봐 미뤄놨는데 그새 김부장 드라마가 히트를 쳤다.)


근데 이게 어디서 왔는고 봤더니...


저기 거실에서 누가 나오든 모른 체 하지만 유튜브 보며 한 번씩 혼잣말 하는 아빠한테서 왔다.

에... 또 웬일로 잘해준다 싶다가도 대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버럭하는 아빠한테서 왔다.




내가 아빠를 보면, 모든 감정을 거세 당한 사람 같다고 느낀다.

30년을 한 회사에 몸 바치고 얻은 정년 은퇴 감사패는 벽을 향해 돌려놓았다.

딱히 친구도 없다. 누군가 다정하게 안부 전화해주면 반가워하다가도 얼른 끊는다.

무색무취 인간이다. 가끔 분노 표출만 가능하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취향이 무엇인지 절대 모른다. 물어보면 귀찮아 한다.





아빠는 어린 시절을 시골 집성촌에서 보냈다.

근데 그 시골에서 하필 특출난 장난꾸러기였다. 자기 보다 큰 형들이랑 싸우고 다녔단다.

그리고 미술을 싫어한다.

어린 시절 미술 시간에 해를 까맣게 그렸다가 "해는 빨갛게 그려야지"라며 선생님께 크게 혼이 났단다.

그리고 폭력적인 할아버지가 집에서 난동을 부리면 할머니를 대신해 맞서 싸워줬단다.

이건 할머니가 알려줘서 알았다. 절대 자기 입으로는 말 안 해줬다.

원래 말 수가 없는 편이기도 하고,

사실은 이젠 아빠가 화내고 내가 대들어서 그렇다.


나는 의상학과에 진학했다. 미술을 싫어하는 아빠와 다르게.

나는 취업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창업을 한다고 설친다.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한 아빠와 다르게.

창업, 대학교 제적 얘기만 하면 아빠는 매번 어김 없이 극대노한다.



어쩔이다~



원래 얼굴 안 보고 살까... 하다가 서울 월세가 비싸서 접었다.

대신 접은 김에 은퇴한 아빠한테 글쓰기로 돈을 벌게 시켜야겠다.

요즘 사람들은 글로도 돈 벌고 산다고.

옛날이랑 다르다고 직접 결과로 들이밀어야 설득이 될랑말랑이다.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졌던 옛날과 다르게, 요즘은 이게 장점이 된다고 보여주고 싶다.

아빠가 꽁꽁 숨겨둔 옛날 얘기를 들어 보고 싶다.

그 길로 나를 더 이해하고 싶다.


결핍은 대를 타고 내려온다.

나는... 내가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