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서 노인의 모습이 보일 때

25살 딸과, 어깨에 돌이 들어있는데 정형외과 안 간다고 고집부리는 엄마

by 할매옷장

오늘은 아빠 얘기 말고 엄마 얘기입니다.


나는 늦둥이다.

나는 올해 25살이 됐고 엄마는 62, 아빠는 65살이 됐다.

엄마 나이 38, 아빠 나이 41에 나를 낳은 것이다.

그당시로 치면 매우 늦은 나이였다(30부터 노처녀/노총각 소리 듣던 시기).


할매옷장을 하며 노인을 대하는 것은 많이 익숙해졌는데


설마,


그 모습이 우리 엄마에게서 보일 줄은 몰랐다...



건강하던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됐다.

어깨에 석회성 건염이 생겼다고 한다.

쉽게 말해, 어깨 관절 부분에 돌이 생긴 거다.


어느날 엄마가 혼자서 조용히 건염 진단을 받고 와서는 가족들에게 서프라이즈 하듯 알렸다.

팔을 거의 들어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형외과에 다녀왔다더라.

나는 엄마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었다.


그 소식을 듣자 나는 화부터 냈다.

"아니 그 전부터 아프다고 할 때 정형외과 한 번 가보라고 했잖아, 왜 그래?"

"지금 엄마 어깨에 돌이 있다며. 근데 그게 한의원 치료로 낫겠어? 병원 말 좀 들어"

"엄마 지금 고집부리는 거야. 한의원 오래 다니면 낫기야 하겠지, 근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되잖아. 정형외과에선 돌을 빼준다며"


엄마는 원래 싫은 소리 곧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상대가 화내면 엄마는 본인이 잘했든 못했든 그냥 일단 맞춰준다.

근데 그랬던 엄마가, 이번에는 지지 않았다.

"너가 그렇게 말하는 게 더 힘들어. 그만해. 그 전에도 한의원에서 다 나았다니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무슨 말을 더하나,

그래서 그냥 말았다.

소염 진통제만 먹고 매일 곡소리 하는 엄마를 일단 지켜봤다.


근데 날이 갈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더라.

그래서 나는 믿음직스러운 우리 집안 장녀, 언니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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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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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한테도 이 글은 비밀이다.


나는 엄마가 자존심 부리는 모습을 정말 처음 봤다.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는데 내 말이라 안 듣는 거라고 생각했다.


스크린샷 2025-12-18 015946.png 팔이 아픈데도 집안일을 하길래 실컷 시키고 용돈으로 달라고 했다(효녀가 못 돼...~).


근데 이런 비하인드가 있었다...

우리 엄마는 원래 겁이 엄청 많고 아픈 거 싫어한다.

그래도... 치료는 받아야 할텐데.

엄마의 겁이, 고집이 심해지지 않길 바랬다.


원래 사람은 몸이 약해질수록 고집이 강해지고 움츠러들게 된다.

노인이 고집이 세 보이는 이유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어서'라고 한다.

그런 모습들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자리잡혀 있긴 하지만,

사실 이해하고 나면 납득이 된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 죽겠을 때 바뀌라고 하면 못하니까.




올해 1월 1일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원래도 심장병이 있으셨는데 갑작스레 통증이 심해져 응급실에 가셨다가 작별인사도 못 하고 떠나셨다.

그 뒤로 엄마가 많이 외로워했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젤 이쁜 막내딸이었고, 엄마에게도 외할머니는 아주 큰 버팀목이었다.

매일 한번씩 전화를 주고 받고,

엄마는 힘든 일 있으면 외할머니를 찾아가 같이 밥을 먹었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와 하루아침에 갑작스레 이별하게 되었다.


그뒤로 엄마는 매주 문화센터 요가 수업도 다니고, 슬로우 러닝도 하며 건강을 열심히 챙겼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엄마의 컨디션이 조금씩 나빠졌다.

한약을 지어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원래 환갑이 되면 이상하게 몸에 이상이 생긴다고 들었다.

엄마는 건강하니까 그런 일이 없을줄 알았는데.

올해 엄마에게 여러가지 힘듦이 겹쳤다.


엄마를 옆에서 더 살펴봐야겠다.

엄마가 너무 착하고 조용해서 안쓰러운 어린 여자 아이 처럼 보였다.



엄마가 요즘 외로운가봐.



난 어릴 때 엄마한테는 엄마가 없는 줄 알았다.

나만 엄마가 있는줄.

그래서 엄마도 엄마가 있냐고 물었었다.

헐, 외할머니가 엄마의 엄마래.

그렇구나... 엄마도 엄마가 있구나.

엄마한테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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