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 모태 애늙은이의 짤막한 히스토리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애늙은이였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로 바쁘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주 어렸을 땐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봐주셨고,
7살 때부터는 유치원 종일반,
초등 1-2학년 땐 방과 후 햇살놀이반,
초등~고등 3학년까지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갔다.
초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부모님 손 잡고 등교하는 친구들을 가로질러 혼자 씩씩하게 실내화 가방을 챙겨 등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교 2학년 땐 성장크리닉에 다녔다.
나는 키가 일찍 크고 싶은 남들과 다르게,
성장을 늦추는 주사를 맞았었다.
항상 친구들이 나 보다 한 뼘 작았고,
난 그 덕에 작은 또래 친구들을 상대로 대장놀이 비스무리한 것을 하고 다녔다.
(항상 별명이 조폭마누라였다ㅋㅋ 이게 뭔지도 몰랐으면서)
친구들은 어른스러운 나를 부러워했다.
내 또래 친구들이 엄마가 사주는 마트 옷 입을 때,
나는 라페스타 옷가게에서 내가 고른 후드티를 입었으니까.
중학교 1학년 땐 좀 겉돌았다.
한 뼘 정도 작던 친구들이 내 키를 따라잡은 뒤였다.
뭔가 안 맞았다.
친구들이 너무 유치했던 것 같기도 하다.
손 잡고 화장실을 같이 가야 한다는 '무리 내의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 싫었다.
고등학생 땐 선생님께 대들었다.
어른들이 치사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부터 내 자아가 많이 비대해졌던 것 같다.
그땐 어른들이 싫었다.
자기 기분에 따라 학생들에게 엎드려뻗쳐 시키는 체육 선생님,
불량 학생 관리를 반장에게 떠넘기는 학년 부장 선생님,
담임 선생님께 학교 규정에 이의를 제기하니 교무실로 불러 학생 한 명을 두고 선생님 네 분이서 일어서서 다구리를 하는 등등...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라고 하셨을 때,
나는 발칙하게 악동뮤지션의 <얼음들>이라는 노래를 소개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xxI0ThKypc&list=RDixxI0ThKypc&start_radio=1
이때 선생님께서 "나도 얼음들이니...?"
이렇게 물어보셨던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내 대답은...
좀 오래 고민하다가
"그래도 선생님은 그렇진 않으신 것 같아요"라고 했었던 것 같다ㅋㅋㅋㅋㅋ
학생 주제에 평가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아마 선생님이 그런 어른이셨으면 애초에 이 노래를 들고 가지도 않았을 거다.
내가 싫어하는 어른들은 공통적으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원래 그런 거야'라는 답변을 해왔다.
아빠네 조상 제사 준비를 엄마랑 큰엄마만 하는 이유,
추운 겨울날 겉옷을 입으려면 가디건, 마이를 입은 다음에야 입을 수 있는 이유,
존경심이 생기지도 않는 어른의 권위를 살려줘야 하는 이유 등등...
어느 순간부터는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기보다,
포기하고 무시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어차피 저들도 이유를 모르고 맹목적으로 전부터 있어왔던 관습을 따르기만 하는 거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나이 든 사람을 '어른'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사람 하나하나 됨됨이와 그릇을 보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아 저런 사람이 저렇게 크겠구나'
하며 어른들을 더 세세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학창 시절은
애늙은이->혼란기->어른 혐오기
이렇게 세 단계를 거쳤다.
그리고 25살인 지금, 그 끝에는 어른의 끝판왕인 '노인'을 이해해 보려는 내가 있다.
도대체 왜 어른들은 이 모양인지, 제대로 된 '어른'은 없는 건지 알아보고 싶었다.
사실 이제 나도 25살... 어른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뭣한 나이다.
그래서 더 내가 참고할 수 있는 멋진 인생을 살아오신 시니어, 인생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여튼 멋진 어른은 못 돼도, 짜치는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았다.
다음 글은 '멋진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멋진 어른'이란 무엇인지 선생님들의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히 읽고 다음 글에 함께 공유하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