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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Jul 24. 2024

'효(孝)'란 무엇인가?

과도한 효는 사회에서 세뇌시킨 콘셉트다

효란 무엇인가?      

내 부모님은 낀 세대다. 58년 개띠 엄마, 54 말띠 아빠. 위로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고 아래로는 자식을 양육해야 한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대가족이었다. 학교에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일곱 식구라는 뿌듯함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과 함께 살았는데 장남인 우리 아빠가 부모와 동생을 책임진 것이다.   

   


내 할아버지는 소위 한량이셨다. 어릴 적 부유했던 집에서 고생 없이 자라셔서 그런 것일까. 노름에 빠져서 너무나 빨리 모든 걸 잃게 되었다. 덩달아 자식과 아내의 고생은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자식이 넷이나 있었고, 아내가 있었지만 악착같이 살려고 하지도 않으셨다.


남편이 남편 역할을 못하면 아내와 자식이 고생하는 법. 할머니가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셨고, 덕분에 아빠는 너무나  빨리 철이 들어버렸다.

  

대가족 시절, 할머니가 가정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근처 공장에 다니실 때에도 나는 할아버지가 노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삼시 세끼는 모두 집에서 드셨고, 그 외에는 부동산에서 친구들과 고스톱을 치셨다.

자기중심적이고 책임감 없었던 내 할아버지...    

 

나는 점점 자라면서 할아버지가 참 미웠었다. 그래서 살갑게 대하지 못했다. 그게 고생한 할머니와 아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그 후 10여 년을 또 함께 살았는데 시아버지를 모셔야 하는 우리 엄마가 무척 가여웠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매달 용돈을 드렸는데 부모가 자식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이렇게 자식은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다.      


모성애, 부성애는 엄마가, 아빠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자식이 부모를 아끼는 마음은 무엇일까?

바로 '효'다.

이 효라는 단어는 영어로도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어 ‘Hoy'라고 표기할 정도로 독자적인 우리 문화다.


‘효’의 정의는 부모에 대한 사랑이나 존경의 감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의 감정이 제도화되는 방식은 모든 민족이나 사회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유교의 영향을 받는 한국에서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를 특히 강조한다.

     

얼마 전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이 부분에서 멈칫했다.

“효도라는 콘셉트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콘셉트이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동물에게 자식을 돌보는 본능은 존재하나 부모를 돌보는 본능을 가진 동물은 지구상에 단 한 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효는 인간 사회에서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지고 세뇌시킨 콘셉트이며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해 의해 만들어진 콘셉트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본능적이라면, 부모에 대한 효도는 도리로 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는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지만 아빠는 자식에 대한 도리를 한 것이다.

아마도 자식 된 도리를 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될까봐, 부적절한 감정이 따라올까봐 자식의 책임을 다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아빠의 모습은 나에게도 자식의 도리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주었던 거 같다.  

    


우리의 지금은?

개인주의 확산으로 효사상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 팽배와 핵가족, 소가족 확산에 원인에 있다고 한다.      


자식이 부모에 대하는 공경하는 마음, 효.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은 감히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은 감히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다”는 유교 정신.      


이제 케이팝, 한류문화, 한국음식에 이어 한국의 ‘효’도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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