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은 없고 실만 남긴 2025년의 연말 정기 인사!
현 회사에 입사한지는 벌써 십수년이 지났다.
하는 업무가 HR이다 보니 매년 연말이면 정기 인사를 진행한다. 십수년째 정기 인사를 진행해 왔지만 올해만큼 정기 인사가 최악이었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올해 인사를 평가한다면 '득은 없고 실만 남긴 20OO년 정기 인사'라고 말하고 싶다.
- 인사 평가는 기준과 규정은 나 몰라라 경영진 맘대로...
- 정기 승진은 기준도 자격도 없고, 특정 인원을 특정 임원이 추천하여 승인되고...
왜 최악의 정기 인사였는지 지극히 개인적 생각을 적어 본다.
보통 10월경 임원 평가를 시작으로 익년도 경영방침 수립과 각 조직별 사업계획 수립이 그 시작이다.
그리고 12월이 되면 연초 수립한 목표(MBO) 대비 실적을 집계하고, 전사 지표 중 주관부서(주로 재무팀과 HR팀)에서 평가하는 전사 공통 KPI 평가 결과를 공유한다.
그러고 나면 개인 인사평가(역량+업적) -> 인사평가 종합 -> 조직평가 -> 인사평가위원회 -> 승진인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정기 인사가 마무리된다.
1. 인사 평가 기준과 규정이 무시된 경영진 맘대로...
- 금년 회사 경영실적은 전년에 이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재무지표는 연초 목표 대비 절반을 밑돌았고, 그로 인해 일부 직급은 연봉 인상도 동결된 상태에서 교육도 중지되었고, 그나마 유지되던 복지제도들도 모두 잠정 중단된 상태로 20OO년을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조직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조직은 영업조직 기준 1개 조직이 유일했다.
1) 문제는 바로 조직평가에서 발생했다. 영업조직에서 유일하게 B등급을 받은 그 조직은 연초 세운 MBO 지표를 본인들 입맛에 맞게 임의로 수정하고 일부 지표는 본인들 맘대로 삭제하여 MBO SHEET를 작성, 제출하였다. HR팀장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였고, 해당 조직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과락이라고 의견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그 조직에 B등급을 부여하였다.
2) 두 번째 문제는 비영업조직에 대한 조직평가다.
경영진은 비영업조직에 대해 "회사 재무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B'등급이 말이나 되는 결과냐?"라며 모든 비영업조직에 대해 'C'등급을 부여했다. 단, OO팀에 대해서만 특별한 이유 없이 'B'등급을 부여하였다.
- 경영진은 비영업조직의 MBO SHEET도 보지 않고 조직평가에 참여한 점.
- 회사 재무실적만으로 모든 비영업조직에 'C'등급을 일괄 부여한 점.
- OOO팀은 리더가 중도에 퇴사하고, 특정 포지션에 1년 동안 0명 이상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등 조직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점.
- 비영업조직의 전략과제들이 전사 전략과 비전에 얼마나 연계(정렬)되어 수립되었고, 목표 대비 실적은 어땠는지, 전사에 어떤 기여가 있었고 성과는 어땠는지 전혀 검토하거나 고려되지 않고 평가가 진행된 점.
3) 결국 비영업조직에 대한 정당한 피드백 없이 조직평가는 그렇게 확정되었다.
이런 조직평가라면 앞으로 누가 도전적인 전략과제와 목표를 설정할 것이며, 누가 회사의 전략과 비전에 연계된 전략을 수립하겠는가?
그렇다고, 전사 경영실적이 좋았던 해에도 비영업조직에서는 'B'등급 이상이 부여된 해도 극히 드물었다.
2. 정기 승진은 기준도 자격도 없고, 특정 인원을 특정 임원이 추천하여 승인되고...
인사평가가 확정되면 개인 인사평가 등급을 반영하여 승진포인트를 산정한다.
승진포인트에는 평가 외에도 직급 체류년수, 어학, 포상/징계, 교육학점 등이 반영되어 개별 승진포인트 점수를 산정하고 직급별 OO점 이상자에 한하여 승진후보자 Pool을 구성한다.
* 참고로 회사의 직급체계는 아래와 같다.
승진인사위원회에서는 우선 CL2(선임) 직급부터 승급 심사를 시작으로 CL4(수석)까지 심사를 진행한다.
선임(CL2)~수석(CL4)에 대한 승급은 승진포인트에 의해 후보군을 선정하고, 각 조직에서 추천하는 인원들이 대부분 후보군을 형성하기 때문에 큰 이견은 발생하지 않는다. 가끔 조기승급(포인트 미달자) 추천 인원에 대해서만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 일치된 의견으로 승급심사는 마무리된다.
문제는 임원인사였다.
경영진 중 한 분이 벌써 수년째 임원 후보로 동일한 인원을 추천하고 있었다.
매년 승진위에서 임원 자격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후보자(회사에 대한 기여도, 성과, 조직관리 등)였다.
아마도 후보자 본인이 임원 승진을 강하게 어필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천한 경영진은 본인 직속 조직이고 본인 세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리한 인사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기만하다.
사고는 여기서 발생하였다.
과거 오너(owner) 일가 두 분과 (HR)은 해당 후보자에 대해 매해 다소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럴 때마다 해당 경영진은 오너(owner) 일가에는 한 마디도 못하고 항상 HR과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 상황을 유발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하여서 올 해의 경우 HR의 의견을 말하지 않기로 내심 다짐하고 승진위에 참여했던 것이다.
여지없이 오너(owner) 한 분(최종 결정권자)이 나의 의견을 물어왔다. 난처했다. 어찌 답변해야 좋을지 난감했다.
고심 끝에 대답한 내용은 이러했다. '승진위에 참여하신 경영진 중 한 분이 추천한 후보자이고, 임원 승진의 결정은 경영진에서 승인하는 부분인 만큼 HR에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자리에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이후 2차로 owner(최종 결정권자)는 또다시 의견을 물어왔다. '이건 추천한 경영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나한테 떠 맡기는 것인가?', '본인이 반대 의견을 말하기 싫어 나에게 의견을 말하라는 것인가?'라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였다.
'인사는 메시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승진 인사를 통해 경영진에서는 구성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경영진이 생각하는 임원 승진의 기준과 자격 요건이 있다면 해당 후보자는 그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자인지 판단하시어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ㅎㅎ 지금 생각해 보면 잘도 답변을 피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로 또 다시(3차) 오너(owner)는 내게 답변을 재촉해 왔다.
안되겠다 싶어 최종적으로 답변한 내용은 '올해 경영실적이 최악의 결과를 보인 가운데 임원 승진 검토는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당사는 임원이 많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임원답지 않은 임원 또한 존재한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 대상을 추천하라 하시면 저는 해외법인장이 그 대상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였다.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HR 의견으로는 좀 너무 나간 발언이 아니었나 생각은 들지만, 언제 가는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이후 오너(owner) 일가 중 한 분이 해당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으로 이야기하였고, 그 발언이 끝난 후 임원 후보자를 추천한 경영진은 나에게 화를 내며 울그락불그락 온갖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는 왜 해당 인원 이야기만 나오면 냉소적이냐', '얼굴 표정까지 변하며 안 좋은 평을 쏟아내냐' 등등
사실 나는 해당 후보자 개인에 대한 적합 / 부적합에 대한 평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온갖 비난을 쏟아부은 것은 바로 직전, 오너(owner) 중 한 분의 부정적 발언 직후였다는 것이다.
결국 owner(최종 결정권자)가 해당 인원을 추천한 경영진의 의견을 수용하여 최종 임원(이사대우)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회의는 종료되었다.
이후 난 오너(owner) 중 한 분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퇴사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후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