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정기 인사 (2)

퇴직 의사 전달 이후...

by 인사쟁이

정기인사(평가, 승진)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OO년의 마지막 날(12/31) "정기 인사 발령"과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발령"을 나는 아침 일찍 공지해 버렸다.

(인사발령 공지 내용을 이미지로 첨부하고 싶지만, 생략)


통상 인사발령 공지 전 Owner 일가는 발령 당일(아침 일찍) 나를 호출했었다.

혹시 누락된 대상은 없는지, 발령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등 1~2차에 걸쳐 검토하고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기 위함이다.


이미 온갖 비난과 질책을 받았던 터라 정상적인 감정 상태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스스로 옹졸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당신들이 결정했으니, 인사발령에 있어 발생되는 문제는 당신들 책임이오"라는 속 좁은 내 마음이 그리 시켰는지 모르겠다.)

내 예상은 여지없었다. 아침 일찍 인사발령 공지가 된 후 Owner(최종결정권자)는 나를 찾았다.

역시 인사발령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Owner의 '인사발령 공지했나?'라는 물음에 난 주저 없이 바로 '네'하고 짧게 대답했다. Owner는 내 감정 상태를 알았는지 별말 없이 넘어갔다.


그렇게 Owner 일가와 아침 회의가 끝나고 전날 퇴직 의사를 전달했던 Owner 중 한 명이 나에게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는지 물어와서 해당 Owner의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약 30여 분간 Owner의 방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딱히 중요한 내용은 없던 것 같다.


- 나 : 퇴직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당장 퇴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추후 퇴직이 구체화(일정 등)되면 미리 말씀드리겠다. 금번 정기 인사는 이러저러해서 역대 최악이었고, 이러한 결과는 추후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 더 이상 근무해야 할 동기를 잃어버렸고, 내 존재 가치에 의문을 스스로 갖게 된 것 같다.


- Owner : HR팀장의 이야기 충분히 공감한다. 본인도 대부분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Owner 일가라는 위치에서 모든 생각을 그 자리에서 발언하기에 제한적인 부분이 있었다. 퇴직 의사는 다시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고, 비난과 질책을 했던 임원 보다 HR팀장과 오래 함께 가고 싶다. 등등


그러나 Owner는 퇴직을 만류한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안이나 대책을 제시하진 않았다.


인사발령이 공지된 12/31, 역시나 여기저기 나에게 메신저와 깨톡으로 연락이 들어온다.

- 인사발령_승진인사에 있어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 임원 승진 대상자에게는 축하할 일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 적절한 임원 인사였는지 잘 모르겠다.

- 어떤 논리로 임원 승진을 관철시켰는지 매우 궁금하다. 등

이렇게 역대 최악의 정기 인사는 여러 논란만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아니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질 일이지만...


위 내용에서는 어찌 보면 나의 불만과 아쉬운 감정만 한풀이하듯 적어 놓았다.

아마도 나 스스로도 임원 욕심이 있었기에 후보자로 언급 조차 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회사에서 또, Owner에게 인정받고 일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 더더욱 내 마음이 천착했었나 보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것 아닌가? 누구 보다 열심히 했고, 회사와 조직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고 자부했었기에...)


"최악의 정기 인사"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1. 조직평가는 연초 수립한 MBO 전략과제와 KPI지표들이 연말 평가 시 목표 대비 실적이 어땠는지 평가해야 하며, 수립된 MBO 전략과제는 회사의 경영방침(전략)과 비전에 어떻게 Align 되어 수립되는지, 목표는 도전적이고 실적은 조직에 어떤 성과와 기여를 하였는지 반드시 평가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전사 경영방침(전략)에서 Cascading(폭포수처럼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되어 각 조직과 개인의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 비로소 전사 전략(목표)도 함께 달성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번 조직평가는 이러한 점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직 경영실적(매출,영업이익 목표) 미달에 따라 'B' 등급이 나오는 것은 경영진 입장에서 비상식적인 평가 결과였던 것이다.

- 회사 경영실적에 따라 조직평가 결과가 도출되어야만 한다면 MBO는 왜 수립해야 하며, 논란만 있는 조직평가는 뭐 하러 진행한다는 말인가?

- 더 큰 문제는 조직평가가 이런 식이라면 향후 대부분의 조직에서 도전적이고 어려운 전략과제는 선정하지 않고, 달성하기 쉽고 수행하기 수월한 과제로만 MBO를 수립하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 물론 경영진 입장에서야 경영실적이 너무 저조하다 보니 모든 조직에서 높은 평가 등급이 나오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금 당면해 있는 실적만 보고 향후 회사의 비전과 그에 따른 전략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매우 심각한 평가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림5.png


2. "인사는 메시지다"라는 말이 있다.

이번 승진인사위원회에서도 Owner에게 내가 발언했던 바와 같이 '승진인사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임원 승진에 있어 어떤 기준과 자격 요건을 통해 선발할 것인지', 승진인사위원회 구성원인 경영진이라면 명확하고도 확실한 나름의 고민과 기준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구성원들에게 불확실한 임원 승진 기준과 의문만 남긴 그런 인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내가 안타까워 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HR을 담당하고 있는 팀장 입장에서는 그러하다.

'득은 없고 실만 남게 된 정기 인사'

- HR을 담당하고 있는 HR팀장의 신뢰를 경영진은 잃었다.

- 임원 승진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구심과 불신이 증가하였다.

- 향후 임원 승진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금번 임원 인사가 기준이 된다면...


# (참고) 마이크로 어그레션은 ‘구조적 침식’을 야기한다.

마이크로 어그레션을 개인의 감정 문제로 치부하기 쉽지만, 마이크로 어그레션은 조직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전미 심리학회(APA)의 연구에 따르면 반복적인 미세 무시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1. 역할 정체성(Role Identity) 손상: 직원은 더 이상 자신의 전문성이 조직에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게 된다.

2.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조직의 일원보다 스스로 주변부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된다.

3. 인지적 자원 소모(Cognitive Load): “왜 나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반복적으로 해석하며 집중력이 저하된다.

4. 의견 제시 위축(Voice Silence): 연구에 따르면 의견이 세 번 연속 묵살된 직원은 이후 평균 45% 의견 제시가 감소한다. 이처럼 마이크로 어그레션의 축적은 결국 ‘조용한 팀원’, ‘기여하지 않는 구성원’을 만들어 낸다. 조직의 상호작용 방식이 직원의 목소리를 빼앗은 것이다.


지금 나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 주는 글이 아닌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아마도 아마추어 같은 나의 감정 상태를 비난할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HR팀장으로서 회사의 인사 정책과 제도의 운영에 있어 그나마 남아 있는 회사에 대한 Loyalty라고 생각하고 싶다.


다음 글은 곧 20OO년 교육훈련계획을 종합 / 수립하게 되는데, 전문직무역량진단과 IDP, 교육훈련필요성파악에 관련된 글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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