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수 있는 등
등에 기댄다는 건 단순히 몸을 기대는 게 아니다.
버스에서 꾸벅 꾸벅 졸 때 창가에 머리를 기댈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등에 기댈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등은 앞처럼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표정도 없고, 말도 없다.
그저 평평하고, 조용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평평함이 주는 든든함이 있다. “이 사람은 무너지지 않겠다”는 믿음을 준다.
예전에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나는 잘 지낼 거야. 어떻게 해서든 행복할 거야.”
그 말이 내게는 등처럼 느껴졌다.
그 말을 해준 친구에게 고마웠고, 안심했고, 비로소 기댈 수 있었다.
기대는 사실 주고받는 게 아니다.
내가 기대려면 너는 이미 서 있어야 하고, 네가 기대려면 나 역시 쓰러지지 않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등을 내어주지만 그건 곧 우리가 각자 잘 살아 있다는 뜻이다.
등은 그래서 약속이다.
나는 살아 있을 거야,
나는 너를 버티게 해줄 거야, 란 그 말이 등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해서 나는 바란다.
우리의 등이 오래도록 평평하기를.
우리 모두가 제 삶을 잘 살아내기를.
어떻게 해서든 행복해지겠다는 무모한 약속을 감히 해보기를.
그럴 때에야 우리는 서로에게 기댈 수 있다.
언젠가 나의 등도 당신에게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