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은 언제나 ‘해석 가능한 진실’이다.

by 영일이

감정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개 감정은 생각으로부터 비롯되고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감정이란 언제나 나를 속이지 않는다.
불안할 땐 진짜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서운할 땐 진짜로 목이 메인다.

왜냐면 그건 몸이 이미 반응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 감정을 일으킨 생각.


그건 꼭 사실일 필요가 없다.
때때로 감정은 ‘틀린 생각의 진심’에서 태어난다.

나는 오래도록 감정을 믿지 않았다.
너무 자주 흔들렸고 너무 쉽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사랑스럽던 사람이 오늘은 낯설게 느껴지고, 하루 전의 자신감이 오늘은 이유 없이 초라해질 때, 나는 감정이야말로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은 사건 때문에 무너지는 게 아니다.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 때문에 무너진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부서지는 건
그 말이 아니라 그 말을 통해 ‘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일이 일어나도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감정은 달라진다.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해”라는 생각은 원망을 낳지만 “이 일은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려는 걸까”라는 생각은 통찰을 낳는다.


사실은 바뀌지 않았는데 감정의 색깔이 바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감정은 생각의 그림자다. 그렇기에 그림자를 없애려 하기보다 그림자를 만든 빛의 방향을 바꿔보면 된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참는 게 아닌 그 감정을 만든 생각의 틀을 조정하는 일이란 걸 어렵게 배웠다.


불안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을 때 조차 그건 내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내 생각이 더 이상 나를 속이지 않게 된 순간일 따름이었다.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이에 대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신념이다.”라고 했다.

그 말은 결국 우리가 스스로 만든 세계 속에서 상처받고 있다는 뜻이다.


감정을 다루는 일은 그 세계를 조금씩 다시 그려보는 일이다.


한 줄의 생각을 바꾸면 그 생각이 지탱하던 감정의 구조가 허물어진다. 그리고 그 허물어짐은 패배가 아니라 회복이다.

감정이란 건 참 이상해서 그것을 들여다보는 순간
이미 반쯤은 치유가 시작된다.


“왜 이렇게까지 슬프지?”


그 물음 하나가 감정의 방향을 바꾼다.


그건 이제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통로가 되어 감정의 방향을 바꾼다.


이제는 안다.
감정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은 언제나 ‘해석 가능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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