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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Sep 09. 2023

누워있는 여자

17. 새로운 도전

작년 천재교육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동화공모전에 응모한 게 당선되어 대상도 아닌 나에게 출판의 기회가 주어졌다. 나의 책을 처음 내게 된 감회는 무척 반갑고 얼떨떨했다. 그리고 부족함이 너무 많아 내심 많은 부담을 안고 시작하게 되었다. 그 무렵이 작년 11월 초였는데 동화책 출판을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게 하필 허리를 다치고 난 뒤였다. 

사고가 나고 얼마 뒤 젊은 여자분의 전화를 한 통 받게 되었는데 자신을 담당 팀장이라며 소개하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밝고 경쾌했다. 누워있던 난 목소리마저 잔뜩 잠겨 가라앉아있었다. 바짝 마른 입을 떼려니 첫마디부터 목소리가 쩍쩍 갈라지는 게 ‘아이고! 이 무슨 쇳소린지’ 속으로 화들짝 놀라며 휴대전화를 손으로 막고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선 다시 통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팀장님은 책으로 완성될 때까지의 여러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통화를 끝낸 난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처음 접하는 출판이라는 과정이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에 설레기도 했다.


 

막상 일이 진행되고 보니 모든 걸 편하게 대해주셔서 그런지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모니터 앞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라 허리 보호대를 착용한 부자연스러운 몸이 다소 불편했지만 일의 흥미로움을 이길 순 없었다. 

긴 시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글에 맞게 들어갈 그림 부분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나의 직업을 아시고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 봐도 되지 않겠냐고 하셨지만, 그림동화는 나의 몫이 아니기에 거절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누가 될까 염려되어 그럴 순 없었다. 물론 허리를 다쳐 감당도 못 했겠지만 말이다.

그로부터 얼마 뒤 팀장님으로부터 그림동화 작가분을 섭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글에 맞게 그려진 작품들을 메일로 받게 되었는데 역시 그림동화 작가님이셨다. 상상했던 작품 속 느낌들을 정말 잘 살려주셨다. 까다로운 부분도 감각적으로 표현을 잘해주셨다. 그 밖에도 참여하신 분들이 많았다. 

책 한 권을 만드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 직접 경험하고 나니 독자를 만나기까지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일이 거듭될수록 더 들게 되었다.




누워서 보낸 시간 속에서 소중한 경험과 인연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며 나에게 행복한 버팀이 되어 주었다. 지금 떠올려 보아도 그 시간은 신선했고 더욱이 나에겐 탁한 마음을 환기할 수 있었던 고마운 만남이었다. 

사고가 나고 누워있으면서 예상치 못한 작은 사고도 일어났다. 

‘하!’ 긴 한숨과 더불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지만,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같은 고통이었지만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순 없지 않은가, 아직도 불편한 점은 많지만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의 난 건강한 삶을 잘 꾸려가고 있다. 그리고 좀 더 조심성 있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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