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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Oct 01. 2023

어린 왕자의 선물

순수한 동심

해가 먹구름을 비집고 나오더니 다시 빗줄기를 뿌리고 그러다 잠시 뒤 해가 납니다. 

종잡을 수 없는 변덕쟁이 날씨에도 아이들의 웃음이 창공으로 날아오르니 절로 해맑은 웃음이 피어납니다. 휴일이라 먼발치에서 보는 뭇사람들의 발걸음 또한 한가롭기 그지없어 바라보는 이 마음도 내면의 여유로움으로 가득 해지네요.     


‘호호! 어린 왕자’     


순수한 동심, 아이의 해맑은 미소, 가끔 보는 어린 왕자라 더 사랑스럽기만 한 아이. 짧은 잰걸음으로 콩콩, 그 발걸음이 너무 곱고 고와 웃음밖엔 줄 게 없습니다. 얼마 전 어린 왕자를 보고 온 딸의 말을 들으니 이젠 제법 컸다고 역할극 놀이를 하게 되면 자기주장도 곧잘 하고 숫기 없이 배시시 웃기만 하던 아이가 그새 또박또박 자기 얘길 한다니 신기했습니다. 거기다 씩씩해졌다니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잦은 감기로 여러 어른을 걱정스럽게 만들더니 이제 몸도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가져보고요. 생각이 크면 몸도 더 야물어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하게 되네요.

어린 왕자는 언니네 큰 조카의 아들입니다. 어린 왕자를 생각하며 ‘공룡을 어떻게 귀엽게 그려줄까?’ 몇 날 생각해 보는데 머릿속 맴도는 그림을 스케치해 보아도 딱히 잡히는 게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순수한 마음이 다 어디로 갔는지.’      


어린 왕자의 눈높이로 재미를 더한 작품을 그리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더해 봤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더군요. 공룡을 작품에 넣고 순수한 아이의 마음처럼 작품으로 그린다는 게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다니. 

‘쯧’

이리저리 연필을 휘휘 그어가며 그려보고 지우기를 반복해 봅니다. 연상되는 이미지가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둘째 조카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 또한 급해지더군요.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를 생각하며 다시 스케치하고 캔버스 앞에 앉았습니다. 그림을 완성하는 건 크기에 상관없이 그림의 스타일에 따라 시간을 달리합니다. 어린 왕자에게 줄 작품은 붓 터치를 강렬하고 시원하게 하기로 먼저 이미지 구상하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작업을 하며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의 순수한 마음을 좀 더 담고 싶었기에 따뜻한 느낌도 강조하였고요. 눈웃음이 이쁜 어린 왕자를 생각하니 작업하는 내내 무척 행복했습니다. 작업을 끝내고 전체적으로 풍기는 이미지가 어린 왕자의 미소처럼 좋았습니다. 

이런 만족은 아주 주관적인 저의 만족이죠. 이처럼 누군가에게 그림을 선물하는 건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큼 부담을 주는 거라 그림 선물은 매우 신중하게 하게 됩니다. 

작품을 직접 전해주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휴대전화 너머 저의 안부를 물으며 그림이 마음에 꼭 든다며 좋아하는 큰 조카의 목소리에 저도 무척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이모! 너무 마음에 들어! 근데 이모 허리도 아프면서 괜찮아?”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긍정적인 전염이 되기에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림을 한다는 게 참 감사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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