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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Oct 30. 2023

행복이 묻어난 추억

가을 산의 추억

가을 산이 눈부시게 맑은 날, 스케치할 도구를 넣은 가방을 메고 산으로 들어섰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장소, 그곳으로 가면 웃음소리 가득했던 옛 그때로 가끔 돌아가곤 한다. 큰아이가 여덟 살, 작은 아이가 여섯 살이던 어느 가을날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틈에서 더듬이 하나가 없는 작은 가재를 발견하고는 잡아서 집에서 키운 적이 있었다. 

가재를 키운다는 게 꽤 신기했는지 책임감 있게 긴 시간 집중해서 돌보는 아이들을 보며 나 또한 그 모습이 신기했다. 가재는 다행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는데 두 아이는 가재가 있는 어항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앞으로 숙여도 보고 내밀기도 하며 자주 시간을 보냈다. 혹시나 잘린 더듬이가 조금이라도 자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인지 돋보기를 어항 앞으로 갖다 대며 가재의 조금 남은 한쪽 더듬이를 뚫어지게 살펴보는 날도 많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추운 겨울이 가고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느 봄날 난 두 아이에게 가재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주는 건 어떠냐며 말을 건넸다. 말똥말똥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날 바라보는 두 아이의 눈은 반달처럼 웃음을 머금었다. 말 보단 웃음으로 대신하는 아이들을 보니 아직은 섭섭함이 먼저인 것 같았다. 

가재가 있는 어항을 넌지시 쳐다보던 큰아이는 미련이 남아선지 조금 더 망설이나 싶었지만 금세 미소를 짓고는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은 아이 역시 오빠를 따라 그러겠다며 웃었다.

햇살이 좋은 주말 두 아이와 난 몇 개월을 함께한 가재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다시 산으로 올랐다. 얼었던 땅도 다 녹고 연초록의 싱그러움이 물씬 묻어나던 날, 가재를 넣은 반투명 통을 작은 손으로 꼭 잡고는 옆에서 걷고 있던 큰아이는 앞서가던 동생을 부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길이 잘 닦여져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무리가 되지 않아 종종 자주 찾던 곳이라 매우 익숙하다 보니 둘은 바위 앞으로 먼저 달려가 있었다. 계곡물은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큰아이는 닫혀있던 뚜껑을 열고 조심스럽게 물 안으로 통을 내리며 가재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물속으로 들어간 가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 잽싸게 바위틈으로 몸을 숨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아이는 ‘안녕! 잘 살아!’ 인사하며 서운한 마음에 잠시 바위 위에 서서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았다. 난 물속에 비치는 생기를 담은 하늘과 나무 그리고 풀이 일렁이는 푸른 물결이 참 곱게 느껴졌다. 







세월이 흘러 다시 내려다본 물속은 몇 마리의 송사리가 헤엄치는 사이로 그때의 행복한 추억도 담고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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