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함덕을 거쳐 공항과 가까운 제주시에 도착했다.
제주도를 오게 되면 마지막 코스는 언제나 공항과 가까운 제주시에서 여정의 마무리를 한다.
집으로 가는 당일 날 조금의 여유를 부리기 위해서 선택한 곳이다.
함덕만큼이나 많은 인파가 몰려 또 다른 활기가 넘치는 제주시
숙소에서 내려다본 해변 광장에는 젊은이들 뿐 아니라 여행객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방파제 길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뭇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내 마음도 코로나 19로 답답했던 일상이 조금은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바람도 잔잔하여 파도마저 잠든 듯 조용한 바다, 저 멀리 떠 있는 배마저 여유로워 보인다.
숙소에서 나와 방파제를 걷다 보니 아주 멋진 작품이 건물벽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작년에 한 예술가의 벽화 작업을 지켜보며 완성의 끝이 무척 궁금했던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땐 스프레이를 색색으로 뿌리고 과감하게 작업하는 모습까지만 보게 되었는데 멋진 작품으로 탄생하여 다시 보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그 맞은편으로는 멀리 펼쳐져 있는 방파제 길과 더 넓은 바다가 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수심의 짙은 색은 파도에 희석되어 사라졌다 다시 그 색을 모았다.
우리 가족도 그 길을 걸으며 얘기꽃을 피웠다.
서로의 얘기도 들어주고 받아주는 시간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조절하며 방파제 길을 걸었다.
난 옆에서 걷던 가족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들 웃기도 하고 간혹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모습들에서 쉼의 시간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이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무엇인가 있다.
일상을 벗어난 몸과 마음에선 무엇을 대하던 이해와 여유가 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반전도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해의 폭이 넓고 깊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 과정은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