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이름으로
우도를 거쳐 제주 함덕으로 발길이 닿고 보니
길가에 연보라의 수국이 탐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마중을 나왔다.
'우도에도 그렇고 제주에도 수국이 이렇게 많았나?'
여기저기 색색깔의 모습을 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유월의 수국은 사랑이란 단어를 쓰기에 딱 맞는 꽃이었다.
제주도를 제법 다녀간 것 같은데 이제야 수국의 존재를 제대로 보다니.
햇살 아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꽃을 보며 어떤 언어로서 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난 잠시 사색에 잠겨 자연을 즐겼다.
자연이 주는 느낌은 곧 힐링이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해변 도로 너머 끝없이 펼쳐져 있는 푸른 바다를 쳐다보다 운 좋게 은빛 물고기의 날갯짓.
제법 큰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힘차게 은빛 비늘을 휘날리며 뛰어오르더니 물속으로 사라지기를 세 차례나 반복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순간이었지만 물고기의 세찬 몸짓은 나로 하여금 힘찬 생명력을 느끼게 하였다.
눈이라는 카메라의 순간 포착, 난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물고기의 은빛 날갯짓을 잊을 수 없다.
'삶이란 이렇게 강렬한 것인가?'
낚싯대를 걸치고 있던 낚시꾼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힘차게 용솟음치며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던 은빛 물고기의 세찬 움직임은 자신의 생존본능을 백 프로 발휘한 건 아닐까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마주하게 되는 이런 자연과의 우연한 만남은 여행에서나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인생의 묘미일 것이다. '자연'이란 행복이 담긴 언어이며 사람을 그 순간만큼은 순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동심이 잠시 머물 그런 여유 말이다. 순간이지만 그 찰나를 놓치지 말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