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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트 Jul 26. 2022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운동 삼아 산책을 나선 아침 시간.

제법 이른 아침인데 벌써 숲길을 따라 산책길을 내려오시는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할머니의 꼭 쥔 왼손에는 운이 다한 샛노란 금계국 한 묶음이 잡혀있었다. 금계화 입장에선 참으로 운이 좋지 못한 날이다.



어제와는 다른 공기의 맛, 간간히 햇살도 보이는 날,

숲이 가까워질수록 무심히 피어있는 야생화며 이름 모를 꽃들 사이로 금계국도 찬란하게 피어있다. 난 생각을 멈추고 앞으로 펼쳐진 숲을 바라보며 가던 길을 재촉하며 자연을 음미했다. 약간은 경사가 있는 길을 총총걸음으로 올라가다 숲의 짙은 녹음 사이로 세찬 물소리가 느껴진다.


'콸콸콸'


전날까지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하던 장맛비로 인해 바위에 부딪히며 내려오는 계곡 끝자락의 물줄기가 제법 강하다. 물줄기 소리에 이끌려 무성하게 자란 풀숲 사이로 겨우 보이는 물을 잠시 바라보며 찬기가 느껴지는 신선한 바람에 긴 호흡을 한다. 평소에도 마르지 않고 졸졸졸 타고 내려오던 계곡물이 비만 내리면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 마냥 콸콸콸 힘찬 힘을 내뿜는다.


시야에 들어오는 선명한 숲, 물을 머금고 있는 나무들, 숲의 바다를 걷다 보면 마음도 고요하니 정화되는 기분이다. 산길을 조금 오르다 발 밑을 내려다보니 그동안 내렸던 비로 인해 아직 채 바르지 않은 흙길에는 여러 곳에 고랑이 생겨있다. 오늘 처음 본 고랑이 아니 건만 폭이 좁고 넓기를 다양하게 자리 잡고 깊숙이 패인 여러 갈래의 고랑이 우리네 인생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탄하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에게나 있을 사연을 안고 있듯이 말이다.

이렇게 자연이란 거짓 없이 보이는 그대로를 느끼게 하니 하루를 시작함에 있어서 이 시간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치유와 힐링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너무 감사하다. 이것이 자연의 힘이며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하늘 저편에선 까마귀가 무리 지어 자유로이 날아가고 숲에선 물까치 몇 마리가 나무 사이로 날아간다.

아름다운 새들의 비행을 바라보며 한 시간 가량 걷던 산책길을 내려왔다.


하루 시작을 자연과 함께하며 행복과 감사한 마음으로 문을 열어 맞이하니, 오늘 하루 조금 불편한 일에서도 좋은 에너지가 나온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오늘을 시작함에 있어서 건강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좀 더 행복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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