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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수 Jan 23. 2024

해외 Lay Over 어떻게 보낼까? [13]

승무원의 해외 체재 하면서 할 수 있는 일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SFO] 두 번째


샌프란시스코 체재 호텔이 거리 부랑자들이 많은 곳에 있어 나다니기가 조심스럽지만 주위에 뮤지컬극장이나 공연장들이 많아 접근성이 좋은 장점도 있다. 그래서 매번 Lay Over 올 때마다 괜찮은 공연이 있는지 알아보고 아니면 구독해 놓은 곳의 추천 공연을 보기도 한다. 다만 공연이 주로 현지 시간 오후 7시쯤에 시작하기에 호텔에 도착해 잠시 휴식 후 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지난번에 "Corus Line" 공연 때도 시끄러운 뮤지컬임에도 중간중간 졸면서 봐야만 했다.


이번에는 근처 Concert Hall에서 Amber Liu의 공연이 있어 가 보기로 했다. 딱히 Amber를 좋아했던 팬은 아니지만 이런 공연은 다시 만나기가 어려울 듯하여 가 보기로 했다. 예전 F(x)의 멤버였던 Amber Liu와 Marielle Kraft가 함께 하는 1회 공연이라 미리 서울에서 예매를 하고 호텔 도착하자마자 두어 시간 졸다 공연장으로 향했다. 다행인지 서울 출발 전에 한 시간 늦게 공연이 시작된다고 알림이와 한 시간 더 자고 갈 수 있었다. 호텔에서 두 블록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공연장이라 여유롭게 갈 수 있었다. 공연장 앞에는 벌써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내 앞과 뒤의 기다리는 무리는 대부분 10대 소녀들이다. 아마도 이 공연의 관람객 중 내가 제일 연장자가 아닐까 한다. Amber가 중국계라서 그런지 기다리는 줄에서 중국어가 가장 많이 들린다.


드디어 입장이다. 미리 준비해 온 티켓을 스캔하고 팔목에 스탬프를 찍어준다. 보안검색을 지나자 알코올음료 구매를 위한 ID검사를 하고 손목에 밴드도 채워준다. 통로 한 편에는 티셔츠와 모자 등 Goods를 파는 곳도 있다.

공연은 스탠딩으로 진행된다. 앞의 무대를 중심으로 나무 바닥이 있고 좌우에 몇 개의 의자가 있다. 뒤편은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었다. 몇몇은 음료와 먹거리로 시간을 보내며 공연을 기다린다. 아직 모두 입장하지 않았는지 관람 바닥은 차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연 30분 전쯤 되자 거의 사람들로 꽉 차기 시작한다.


관객들이 입고 있는 후드에 새겨진 내용을 보니 Amber의 월드투어 중의 한 도시로 이곳이 있는 듯하다. 나중에 검색해 보내 시애틀을 시작으로 서부해안의 샌프란시스코와 다음 날 LA공연이 있고 샌디에이고를 거쳐 중국의 여러 도시들과 일본의 동경, 호주의 시드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에서 마지막 공연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중의 한 도시에서 한 번 공연하는 것을 볼 수 있다니 운이 좋다고 해야겠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Marielle Kraft가 청 재킷과 붉은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아마도 초청 가수인 듯하다. 40분 정도 노래를 하였는데 아는 노래는 한 곡도 없어 미안했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무대에 집중하며 관객들과 함께 했다. 20여 분간 쉬는 시간인데, 무대에서는 새로운 장비와 마이크 등을 세팅하느라 분주하다.


사람들이 다시 무대에 집중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어두워지더니 무대 좌측에서 Amber가 등장한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열광하기 시작한다. 예전 한국에서 보았던 F(x) 시절의 래퍼 Amber가 아니었다. 첫 곡부터 무대를 왔다 갔다 하며 관객들과 함께 뛰며 한 순간에 분위기를 확 끌어올려 버린다. 오프닝부터 "멋지다!"였다.

한동안 한국의 연예계에서 잊혀 있어서 현재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는데, 록 음악이 본래 자기 옷이었나 싶을 정도로 잘 부른다. 공연 오기 전 You Tube에서 최신 곡 "Dusk till Dawn"을 들어보긴 했지만 예상했던 무대와는 사뭇 달랐다. 뒤에 서 있는 십 대들은 한 소절도 빼지 않고 따라 부르는 게 애지 간한 팬인 듯하다. 한곡 한곡 더 해 질수록 관객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한 편에서는 동영상을 찍느라 손을 높이 들고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나도 따라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 본다. 소극장 공연이라 가수와 거리가 가까워 동작을 잘 볼 수 있어 더욱 멋진 공연이었다.

한 시간 넘게 계속해서 무대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게 체력만으로 되는 게 아닌 듯하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Tour의 주제는 "No More Sad Songs"이라고 한다. 친구에 대한 슬픔은 그만, 신나는 노래들로 콘서트를 구성하고 있다. 한 시간 반 이상되는 시간 동안 관객들과 하나 되어 신나게 놀다 가는 듯하다. 앙코르로 두 곳을 더 불러주고 무대 뒤로 가는 모습이 왠지 이제는 신나게 내가 원하는 노래 하면서 지낼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공연은 신나고 즐거웠고, Lay over 중에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니, 큰 행운이었다.



주 소

- August Hall : 420 Mason Street, San Francisco, CA 94102,  https://www.augusthallsf.co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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