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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수 Jul 05. 2024

해외 Lay Over 어떻게 보낼까? [17]

승무원의 해외 체재 하면서 할 수 있는 일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SFO] 세 번째


새벽에 눈이 뜨여 밖이 밝아 지기를 기다리며 서울에서 출발 전 생각한 Lombard St. 를 어느 코스로 가는 게 좋을지 지도를 검색해 보았다. 해외 올 때마다 시차 때문에 일찍 일어나긴 하지만 해외 도시에서 아침에 돌아다니면 관광객이 많이 있는 시간대와는 또 다른 느낌의 도시를 볼 수 있어 좋다.

자주 가는 호텔 근처의 쌀국숫집에서 한 그릇 가득 배를 채우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높은 지역인 Russian Hill 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갔다. 일요일이고 아침이라 길가에 사람이 의 없다. 간간히 개를 산책시키러 나온 사람들 몇몇만 보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California St. 의 최정점에 다다랐다.

바닷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멀리 Bay Bridge가 보이고 Transamerica Pyramid 빌딩도 보인다. 그늘 쪽으로 걸었지만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한다. 좀 더 힘을 내 Russian Hill까지 올라가니 전망이 탁 터여 기분도 상쾌해진다.


오늘의 목적인 Lombard St. 꽃길에는 사람들이 제법 몰려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수국이 도로가 안 보일 정도로 활짝 피어 있었다. 위에서 보는 것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게 나을 듯하여 인도따라 내려가 올려다보니 정말 꽃들로 길을 꽉 매워 놓은 듯하다. 많은 차들이 선루프를 통해 일어 선채로 혹은 창문 밖으로 휴대폰을 내밀어서 동영상을 찍어며 내려오고 있었다. 차로 왔으면 나도 해봤을 것 같다.

Lombard에서 바라보는 Coit Tower도 맑은 하늘과 어울려 더 멋있어 보인다. 다시 내려왔던 반대편 길로 올라가다 보니 주민이 길가에 나와 세차를 하고 있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이 지역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 차들도 고급스럽다.

다시 Fisherman's Wharf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가니 지나다니는 Cable Car와 멀리 보이는 Alcatratz가 어우러져 사진을 찍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내리막 길이라 올라올 때보다는 훨씬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늦게 나온 후배와 연락이 다아 Pier39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Buena Vista Cafe를 지나면서 30여 년 전에 처음 이 도시를 왔을 때 감흥이 살짝 몰려왔다. Irish Coffee를 미국에서 처음 만든 곳이란다. 아주 오래전에 동료들과 함께 갔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함께 왔던 기장님, 승무원들은 이제 회사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Fisherman's Wharf를 나타내는 상징물은 아직도 그 자리를 잘 지키 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고 갈매기만 바닷가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멀리 보이는 Alcatraz Island까지 드나드는 배도 보이지 않고 여전에 감옥이었다는 위압감은 전혀 없고 바다 위의 평화로운 작은 섬으로 보인다. Pier39까지 걸어가면서도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느긋하게 바다를 보면서 갈 수 있어 좋았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 후배가 크램차우더를 먹고 있겠다 해서 가게로 갔다. 가게에 들어서마자 마침 다 먹었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근처의 가게들을 둘러보았는데, 예전에 'Left is Right'라는 왼손잡이용 가게가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눈길을 끄는 가게가 있었는데 바로 'Wack'이라는 가게다. Rubber Duck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인데, 이런 것도 전문화해서 판매하는 것이 새로웠다. Pier39의 명물은 역시 바다표범이라 지금은 어떠려나 하고, 그들을 보러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데, 예상과는 달리 바다표범은 몇 마리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이곳을 찾아오던 바다표범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더니 오늘은 멀리 Deck에 서너 마리만 보일 뿐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호텔에 돌아가기가 아까워 커피라도 한 잔 할까 하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일단 시내의 호텔 근처로 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다. Castro방면 전철을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가니 요즘은 전철보다 같은 노선의 버스가 더 자주 운행을 한단다. 버스는 다소 붐벼 손님이 거의 찰 정도였다. Pier1을 지나자 사람들이 대부분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내려야 하나 하면서 밖을 살펴보니, 밖이 시끌시끌했다. 어제 도착하면서 듣고 잊여버리고 있었는데 주말에 Queer 축제 기간으로 Pride Parade가 있단다. 아직까지 LGBT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갔다. 퍼레이드를 눈앞에서 보는 것도 오랜만이고 내용도 특이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여러 단체 혹은 업체들이 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항공사도 있고 스타벅스, 제약회사 등 많은 기업이 후원하고 캘리포니아 의회의 상원의원도 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있었다. LGBT+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도시 전체의 축제 같이 느껴져 마음속에 약간 여운이 남았다.

날씨는 너무 화창하고 좋아 더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다음 비행을 위해 쉬어야 해서 아쉽지만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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