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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수 Jun 12. 2024

해외 Lay Over 어떻게 보낼까? [16]

승무원의 해외 체재 하면서 할 수 있는 일

[홍콩, HONG KONG, HKG] 두 번째


호텔 조식을 먹으면서 확인한 일기 예보는 맑아질 거라고 했는데, 호텔을 나서려니 갑자기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나서기를 포기하고 다시 호텔로 가서  쉴까 그랬지만, 준비를 하고 호텔 밖으로 나선 길이라 일단 전철역까지 걸어 가 보기로 했다. 다행인지 전철을 타자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빅토리아피크를 올라가 보려고 했으니 전철로 홍콩섬까지 바로 가기 위해 金鍾Admiralty역까지 발권을 하고 2층 플랫폼으로 올라가 바로 들어온 전철에 올라탔다.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손님들 간의 대화로 전철 안은 소란스럽다.

大圍TaiWai역에서 환승을 해야 하기에 정차하는 역주시하면서 문 옆에 섰다. 예상과는 다르게 TaiWai역에서 환승은 아주 간단했다. 안내판을 따라 바로 옆의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탑승하면 끝! 이제는 종점까지 가면 되니 여유를 가지고 휴대폰을 검색하다 바깥을 보다, 또 다른 손님들을 쳐다보기도 하면서 지겹지 않게 갈 수 있었다.

Admiralty역의 C출구

Admiralty역은 4개 노선이 들어오는 역이라 상당히 복잡하다. 그래도 C1출구 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바깥으로 나오면 된다. 홍콩 도심은 건널목보다 육교가 훨씬 많다. 그것도 건물에 연결되어 있어 초행자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려면 C1출구로 나와 왼쪽의 에스켈레이트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 퍼시픽플레이스 건물 2층으로 건너가서 다시 지상층으로 내려와 왼쪽으로 걸러가면 되다.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홍콩 건물들의 높이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다시 왼편으로 오르막 길을 오르면 Hong Kong Park 입구를 지나는데 여기서 길을 잘 들어야 한다. 길가에 안내판을 참고하면 Peak Tram Station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멀리 Tram 정류장이 보인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탑승을 기다리는 손님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손님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줄도 서지 않고 표를 바로 살 수 있었다. 내려올 때는 MID LEVEL 방면으로 갈 계획이라 편도로 구매했다. 왕복이나 전망대 포함 티켓 등 여러 종류가 있으니 원하는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티켓을 구매하고 사진을 찍고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트램이 막 출발하는 것을 보면서 놓쳐 버렸다. 오히려 다행인지 앞에 기다리는 사람 없이 가장 뒷좌석 출입구 줄의 맨 앞에 섰다. 트램이 오기를 기다리자 어느 틈엔가 손님들이 꽤 많이 늘어나 있었다.

트램이 출발하자 몸이 앞으로 쏠린다. 올라온 길을 보면서 가는 것도 꽤 운치 있다.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경치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위에서 내려오던 트램과 중간에 만들어진 두 궤도에서 엇 갈려 오르내린다. 올라 갈수록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오래전에는 사용했었던 것 같은 역이 중간에 몇 군데 있다. 마지막 급경사를 올라 가자 정상에 도달했단다.


정상의 전망대 건물은 상가들과 식당들이 있지만 예전에 북적였던 분위기는 없어진 듯하다. 가장 위층의 전망대는 별도로 티켓을 구매해야 하며 트램과 같이 세트로 살 수 있다. 식당 입구의 전망대에서 홍콩 전경 사진만 살짝 찍어본다. 다행히 날씨가 서 홍콩의 건물들을 발아래로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콩만

건물 밖으로 나와 전시된 오래된 객차를 보고 서울까지는 2,100km라는 바닥 표지도 둘러본다. 전망대 반대편으로 가자 홍콩섬의 뒷부분이 보인다. 이쪽은 아직 구름이 남아 있어서인지 전망은 좋지 않다.


이제 슬슬 내려가야 할 시간!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으니 google님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정했다. 눈을 돌려 보니 안내판도 잘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길을 잡아 출발했다. 조금만 내려와도 숲 속에 있는 듯이 나무들이 우거진 길로 접어든다.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으로 아주 가파르다. 허리에 힘을 꽉 주고 몸을 뒤로 젖혀 내려가야 넘어지지 않는다. 반대편에서는 뛰어서 올라오는 사람도 있고 온몸이 땀에 젖여 숨 가쁘게 걸어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모두 대단하다, 여기를 도보로 올라오다니! 내려오는 길에 영롱한 빛깔의 도마뱀도 만나고 나비도 만나고, 길이 고즈넉 하니 좋다. 새소리에 고개를 돌려 찾아보지만 어디인지 찾기는 힘들다. 계곡에는 어젯밤 내린 비로 물살이 제법 세차게 내려간다.


상의가 땀으로 젖을 때쯤 건물들이 있는 도시로 다시 들어왔다. 다시 안내판을 보고 방향을 MID LEVEL 쪽으로 잡았다. 에스켈레이터의 가장 위에 도착하고 나서야 방향을 정한 걸 후회했다. 올라오는 에스켈레이터는 있지만 내려가는 건 없다.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냥 우회하는 내리막 길이 더 나았을 듯하다.


Bake House근처까지 와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평상시에는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다. 오히려 건너편의 다른 베이커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유행이 변한 건지 입맛이 변한 건지 알 수 없다. 땀을 식히려고 M&S food에 들어가 둘러보다 커피점이 있길래 충전도 할 겸 해서 커피 한 잔으로 쉬었다 간다.

MID LEVEL로 내려온 이유가 완탕면을 먹기 위해서이니 또 그 가게로 가야겠다. 다음번에는 다른 걸 먹어야지 하면서도 홍콩에 오게 되면 생각나는 맛이라 질릴 때까지는 갈 듯하다. 오늘은 가게에 줄 서 있는 사람이 없다. 앉자마자 두 가지 탑핑의 완탕면을 주문했다. 손을 씻고 나오니 벌써 음식이 나와 있었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국물까지 모두 먹어 치웠다.


배가 다시 불러졌으니 좀 걷기로 했다. 홍콩 전체에 관광객이 현격히 줄어든듯하다. 어제도 비행기에 한국인 손님은 거의 없었다. 빅토리아피크도 그렇고 MID LEVEL도 그렇고 완탕면 가게도 관광객으로 넘쳐 났었는데 계절 탓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사람이 줄었다.


그래도 현지인들이 많은 Des Voeux Rd거리까지 내려오니 오가는 사람으로 정신없다. 다시 Admiralty 역까지 걸어와 Hung Hum역 근처의 홍콩이공대학을 가 보기로 했다. 유현준 교수의 유튜브에서 봤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을 보고 싶어서였다. 전철역에서 내려 대학으로 이어지는 육교 위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이 버스킹 하면서 간단한 물건들도 팔고 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대학 캠퍼스를 상상하고 왔는데 외부인은 들어갈 수가 없단다. 마치 전철역 개찰구 같이 ID card 없이는 통과가 되지 않는다. 저 멀리 보고자 하는 Innovation Tower가 있었지만 들어갈 수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바깥에서라도 볼 요량으로 캠퍼스 담을 따라 걸어 보았다.

 대학 정문은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 전철역의 완전 반대편에 Innovation Tower 건물이 있어 한 참을 걸어가야 했다.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외관은 볼 수 있어 위안을 삼았다. 서울 동대문의 DDP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 설계한 건물이란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그래서 계속 한 방향으로 돌면 다시 전철역이 나올 줄 알고 걷다 보니 도로들로 인해 한 참을 우회해서 전철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나만큼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여긴 가보길 추천하지 않는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전철을 타고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창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비를 피해 다녔는데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주 소

-. The Peak Tram : 33 Garden Rd, Central, 홍콩

* Tsim Chai Kee Noodle : Shop B, G/F, 98 Wellington St, Central,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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