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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수 Oct 18. 2024

해외 Lay Over 어떻게 보낼까? [19]

승무원의 해외 체재 하면서 할 수 있는 일

[로마, ROME, FCO] 첫 번째


우리에겐 자동차 이름으로 잘 알려진 로마에서 멀지 않은 소도시인 Tivoli를 가 보기로 했다. 여유롭게 나설 줄 알았는데, 아침 뷔페를 먹으면서 오랜만에 만난 남자 후배랑 떠들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앉았다가 시계를 보고 헐레벌떡 방으로 가서 짐을 챙겨 들고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Muratella역으로 갈 우버를 불렀다. 걸어가기엔 약간 애매한 거리이고 살짝 위험한 길이라 Uber를 이용했다. 근데, 차로는 돌아가서 인지 19유로쯤이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서 걸어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차 도착 전에 Trenitalia 어플로 Tivoli까지 예매를 하려는데 외화카드로 결제가 되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기차가 들어오길래 일단 올라탔다. 환승역인 Tiburtina역이 가까워지자 역무원이 탑승권 검사를 시작했다. 어플로 상황 설명을 하려고 화면을 켜자 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Tiburtina역에서 Tivoli 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기차가 가다 서다 그러더니 아예 멈춰 버렸다. 여유롭게 바꿔 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예매를 못했으니 Tiburtina역의 발권기에서 Tivoli행 기차표를 구매했다. 한국의 발권기보다 두 세배는 느리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오니 마음이 조급해 더욱 늦게 진행되는 것 같다.

플랫폼을 확인하니 가장 먼 곳인 28번이다. 뛰어야겠다!! 방에서 나와서 계속 쫓기듯 움직이니 Tivoli행 기차를 타서 자리를 잡고서야 겨우 숨 돌릴 수 있었다. 2층 창가에 자리 잡고 바깥 경치를 보니 이제야 여유로운 여행 시작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객차 안은 손님이 거의 없어 내가 타고 있는 칸에는 세 명만 타고 있다. 바깥 경치를 보다 음악 듣다 보니 곧 Tivoli에 도착이란다. 


역사를 나서자 특별히 자료를 찾아보고 오지 않아 어디로 방향을 정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도시는 그리 크지 않아 걸어서 모든 곳을 충분히 갈 수 있을 정도였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Villa Gregoriana가 보인다. 입구를 지나 조금 내려가니 입장권 판매창구가 있다. 티켓을 구매하려니 큰 폭포가 있는데 여러 길을 따라가라고 안내해 준다. 우선 큰 폭포를 위에서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길을 정했다. 기대하지 않고 온 곳이라 어떤 것일까 했는데, 폭포를 보자마자 장관이 펼쳐진다. 설명을 읽어보니 90여 미터의 높이라고 한다. 다시 돌아 나와 이번에는 폭포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길로 들어섰다. 계단을 내려가 길을 돌아서자 위에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의 풍경이 펼쳐진다. 멋지다!!


반대편으로 길을 드니 동굴이 있다. 예전에는 뭘 했던 곳인지 모르지만 시원함을 느끼며 좁은 길을 따라 맞은편 Villa에서 떨어지는 폭포로 향했다.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폭포가 큰소리를 내면서 떨어지고 있다. 폭포 아래까지 내려가니 2천 년 전 큰 홍수 때 땅밑으로 물이 흐르게 되면서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길 위로 자연의 다리가 되었다고 한다. 다시 오르막 길을 올라 Villa와 Temple of the Sybil이 있는 출구 방향으로 향했다. 좁은 길이 흡사 트랙킹 하는 길과 비슷한 느낌이다. 혹시 이곳을 오게 되면 편안한 운동화가 좋겠다.


다음 목적지인 Villa d'Este로 가다 보니 중앙광장에 과일과 채소를 파는 시장이 서 있다. 어떤 과일을 파는지 둘러보다 포도를 살까 해서 물어보니 현금만 받는단다.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어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빌라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모퉁이 카페에서 젤라토도 함께 판매를 한다. 그래 이탈리아에서는 젤라토를 먹어야지! 로마 시내랑 다르게 젤라토를 시켜도 자리에 앉아서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주위 의자들에는 나보다 나이 많으신 현지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시켜 놓고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마지막 한입까지 먹어 치우고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기념품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목적지에 다 온 듯하다. 입구를 찾다가 바로 옆의 성당도 들어가 보았다. 여느 유럽의 성당들 같이 스탠드글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입장권을 사고 건물 안으로 들어 얼른 들어갔다. 본과 건물은 지금은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현대 이탈리아 작가들 위주로 전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보다 건물 내부의 벽면 혹은 천장의 프레스코 양식의 그림들이 더욱 눈길을 끈다. 이방 저 방을 지나면서 작품 전시를 따라가다 보니 기념품 가게가 나오고 반대편 문으로 정원으로 나가면 되었다. 이 빌라는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니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는 것이다. 


오른쪽의 큰 분수를 먼저 보고 싶었다. 물을 끌어올려서 민든 것인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끌어올린 것인지 모르지만 분수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것이 멋스럽다. 분수를 뒤편에서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서 마치 폭포수 뒤에서 앞을 보는 것 같은 광경도 색다르다. 이번에는 이 정원의 시그니처인 오르간 분수를 보러 갔다. 분수 양옆에 분수와 정원 전체를 볼 수 있게 전망 단을 만들어 두어 위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시 분수의 정면으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여 있다. 모두들 좋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이리저리로 분주히 움직인다. 나도 사람들들 틈새에서 좋은 각도를 잡아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단체여행온 영국 학생에게 부탁하여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제 정원을 둘러보아야 할 차례다. 정원수는 다양 하지만 제일 눈에 띄는 게 사이프러스 나무였다. 딱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게 높이가 가장 높다. 옛날에는 이 정원을 가꾸고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했을까? 정원의 반대편 끝 담장 아래는 제법 높이가 있었고 포도밭이 정원과 대비되어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다시 빌라 건물 쪽으로 가니 일렬로 만들어 놓은 분수가 특이한 풍경을 만들어 냈다. 하나하나 봐도 정교하게 장식을 해 놓았지만 줄을 맞춰 만들어 놓은 게 더욱 멋있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건물 테라스에 서서 전체 정원을 내려다보며 빌라 방문을 마무리했다.


다시 Tivoli역으로 발길을 돌리다 동화에서 나올 것 같은 성채를 발견하고 가까이 가 보았다. 이름이 Rocca Pia였는데, 거의 한 바퀴를 돌면서 살펴보았지만 입구를 찾지 못해 들어가 보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음에 오게 되면 꼭 입구를 찾아 들어가 보아야겠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와 역순으로 돌아왔다. Tivoli 역에서 출발하여 한 시간 남짓 타고 가다 Tiburtina역에서 Fiumicino공항행 기차로 갈아타면 된다. 물론 공항까지 가면 안 되고 Muratella 역에서 내려야 한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갔다. Building3에 방을 배정받아 약간 더 걸어가야 했지만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주 소

 -. Villa d'Este : P.za Trento, 5, 00019 Tivoli RM,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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