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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Lay Over 어떻게 보낼까? [20]

승무원의 해외 체재 하면서 할 수 있는 일

by 김경수

[뉴욕, NEW YORK, JFK] 세 번째


이번 근무에는 꼭 Whitney Museum을 가 봐야겠다 마음먹고 왔지만 도착하고 나니 날씨가 예상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기온이 높을 때는 골프를 하러 나가느라 맨해튼에 잘 나가지 않았는데 겨울이 돼서야 가게 되어 아이러니 하다. 10시 30분에 개관이라 9시 좀 넘어 호텔을 출발하였다. Laguadia공항 터미널 C까지 걸어가 Q70 무료버스를 이용해 루스벨트/잭슨하이츠 역으로 갔다.( 호텔에서 맨해튼 가는 법은 지난 뉴욕 편을 보면 쉽게 갈 수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이번에는 첼시 지역으로 바로 갈거라 E노선을 이용했다. World Trade Center까지 가는 노선을 확인하고 탑승하였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전철 안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내릴 역은 14가 인걸 확인하고 곧 빈자리가 나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익스프레스 라인이라 30여 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뉴욕 지하철은 서울 지하철과 다르게 출구 번호가 없다. 그냥 감각적으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일단 밖으로 나와 Google Map으로 찾는 게 가장 빠르다. Hudson River방향이라 서쪽으로 가다 보니 멀리 미술관 건물이 보인다.

Edge빌딩과 Hudson Vessel에서 시작하는 High Line의 끝 지점이 오늘의 목적지 Whitney Museum이니 날씨가 따뜻할 때는 천천히 걸어서 내려오는 것도 추천드린다. 호텔에서 출발해 Q70도 기다리지 않고 E노선도 바로 타서 그런지 예상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로비를 쳐다보니 직원들이 open전 브리핑을 하고 있는 듯하다. 미술관과 함께 있는 카페(Studio Cafe)에 들어가 커피를 시키고 몸도 녹일 겸 자리 잡고 앉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ChatGPT에 추천 작품을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준다. 알려준 정보를 참고해 관람 동선을 짜면 좋다. 카페 쪽 입구의 벽면도 예술작품이니 들어가기 전에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라시드 존슨 Rashid Jonhson의 '새로운 시 New Poetry'라는 작품이란다.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하니 나도 움직여야겠다. 입장권을 구매하니 직원이 작품설명 APP 사용 여부와 언어를 물어 온다. KOREAN이라고 하자 간략한 설명과 함께 입장권을 준다. 입장권이 그냥 영수증 인쇄지에 바코드가 찍혀 있는 것이라 다른 미술관 입장권과 달라 살짝 아쉬웠다.


7층부터 관람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가장 오른쪽의 엘리베이터는 최대 몇 명을 태울 수 있는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넓어 보인다. 단체 학생들이 타 버려서 왼쪽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7층의 입구는 가장 미국적인 그중에서도 가장 뉴욕적인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맨해튼을 그린 그림들과 성조기를 여러 겹 그린 그림, 그리고 뉴욕의 고층 빌딩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여기가 뉴욕임을 알려준다.


휘트니 미술관의 창립자인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 1875-1942)의 초상화가 우리를 맞이한다. Robert Henri가 그린 초상화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설명에 의하면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에는 남편이 Mr. Whitney가 바지 입은 부인을 남들이 보는 걸 싫어해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 보관하다 나중에 미술관을 열고 전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로 옆의 중앙에는 미술관의 시그니처 그림인 'Dempsey and Firpo'가 있다. 권투경기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듯이 묘사가 아주 세밀하다. 마치 관중석에서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다음 그림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Ladder to the Moon'( Geogina O'Keepe, 1958)는 푸른 밤하늘에 저 멀리 달에게 닿지 않는 사다리를 그려 놓고 있는데, 한참 동안 그림을 쳐다보게 하였다.

<Dempsey and Firpo>
<Ladder to the Moon>

다음 방으로 가자, 오늘 이 미술관에 오게 된 작가의 작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의 작품들이다. 그의 초상화가 나를 응시하면서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 같다. 중절모를 쓰고 푸른 셔츠에 재킷을 입고 있고 있다. 바로옆의 그림은 Early Sunday Morning이다. 뉴욕의 길거리를 가장 압축적으로 묘사했다고 하는데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아 왠지 황량 하게 보인다. 뒤편의 그림은 Soir Bleu인데 첫인상은 피에로만 보였다가 점점 그림 속의 여러 인물들이 차례로 보였다. 왜 제목이 '푸른 저녁'일까? 아님 '우울한 저녁'인가? 설명을 들으니 좌측부터 우측으로 여러 계급의 사람들이 무표정하게 저녁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겁지만 그림을 보다 보면 아련함이 느껴진다. 그의 거의 말년의 작품인 'Woman in the Sun'은 그의 부인을 모델로 해서 그린 여러 그림들 중 하나로 햇살에 비친 노년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설명에 쓰인 문구 중에 호퍼가 한 말로 "If you could say it in words there is no reason to paint."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화가의 의도를 잘 표현한 듯하다.

<Early Sunday Morning>
< Soir Bleu>
<Woman in the Sun>

살짝 옆으로 가자 낯익은 스타일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제목이 'Before and After'이다. 작가의 이름을 보자 역시라는 감탄이 나왔다. Andy Warhol!!

<Before and After>

다시 한 층을 내려오니 최근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대미술은 아직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이 많다. 설치 작품도 있고, 비디오로 만든 작품도 있었다. 그중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는데, 낙태에 대한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Juanita McNeely라는 작가로 'Is it Real? Yes it is'가 작품 제목이다. 아홉 개로 나누어진 그림들이 낙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Is it Real? Yes it is>

야외로 나가자 Hudson River 넘어 멀리 자유의 여신상부터 뉴저지의 빌딩숲이 보인다. 겨울의 흐린 날이라 살짝 우울해 보이긴 하지만 나름 경치를 보기엔 괜찮았다. 야외에 전시된 몇몇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것도 괜찮았다.


다시 한 층을 내려오자 'Edges of Ailey'가 거의 전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Alvin Ailey라는 뉴욕의 무용가 겸 안무가로 그 계통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무용에는 문외한이라 자세히는 보지 못했다.


반대편 야외로 나오니 Pier54와 함께 Little Island 공원이 잘 보였다. 따뜻한 계절에 오면 걸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만 이번에는 눈으로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내려올 때는 계단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미술관 계단답게 예술적 감각이 돋보인다.


출발 때 내렸던 14가 지하철 역을 이용해 다시 호텔로 돌아갈까 하다 허기가 져 근처 식당을 검색하려는데 건물과 이어진 Shake Shack Burger가 보인다. 여긴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 근처 버거를 검색하자 New Yore Burger Co. 를 찾았다. 하이라인을 따라가면서 뉴욕의 건물 사진도 찍고 겨울의 한적함도 즐기며 금방 가게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버거는 맛있었고 혹시 다음에 근처를 지난다면 추천한다.


올 때 내렸던 14가 역보다 한 역 전인 23가에서 다시 E노선 지하철을 타고 Jackson Height & Roosevelt역으로 향했다.


주 소

-.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99 Gansevoort St, New York, NY 10014 미국
-. New York Burger Co. : 470 W 23rd St, New York, NY 10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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