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해외 체재 하면서 할 수 있는 일
[로스앤젤레스, LOS ANGELES, LAX] 첫 번째
책은 처음 출판되어 서점을 통해 일반 독자들 손에 들어가 읽히다가 책장 어딘가에 꽂힌 채 잊히기도 하지만, 또 다른 주인을 찾아 마지막 여정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중고 서점의 이름이 'Last Book Store'인가 보다.
LA 호텔이 시내로 옮겨지고 딱히 근처에 나갈 일이 없어 주로 호텔 내에서만 머물다 돌아왔는데, 문뜩 뉴욕의 Strand Book Store가 생각나 LA에도 중고 서점이 있지 않을까 해서 검색을 해보니 의외로 호텔에서 가까운 거리에 서점이 있었다. 다섯 블록쯤 거리라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 걸어서 가기엔 무리가 없었다.
서점 앞에 도착하니 입구가 다른 서점들보다 특이했다. 파사드(Facade)는 고풍스러웠고 마치 오래된 저택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정문을 지나면 필요하면 가방을 보관할 수 있게 cloak room도 있다.
드디어 서점 내부로 들어가면 입구의 계산대를 둘러싸고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들을 만날 수 있다.
그전에 왼편으로 눈을 돌리면 rare book annex 보인다.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단 전시실 같다. 희귀 책들이 유리장 안에 들어 있으며 벽면은 미술관의 어느 방 같이 사진과 그림들의 액자로 채워져 있다. 책들은 처음 보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현대소설 섹션은 알파벳 작가순으로 꽂혀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인 Paul Auster의 책을 찾아보려고 A section에서 아무리 찾아도 한 권도 보이질 않는다. Help Desk에 가서 그 작가의 책이 있냐고 하니 classic section에 있을 거라고 한다. 다시 그쪽으로 갔지만 역시 없다. 그냥 포기하려고 하니 지나가던 그 점원이 찾았냐고 물어 왔다. 없었다고 답하자, 그럼 현대소설 쪽에 있을 수 있으니 같이 가 보자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그제야, 자기 기억에는 있었는데 최근에 판매된 것 같다고 한다. 뭐 없으면 어떠랴, 덕분에 이 코너 저 코너 모두 둘러볼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다른 쪽으로 가보니 DVD, CD 뿐만 아니라 LP도 꽤나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만만찮았지만 플레이해 볼 수 있는 기기가 이제 집에 없다. 반대편 한 곳에서는 오래된 옷가지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 옆 공간에는 이상하게 생긴 문이 있었다. 마치 은행의 거대한 금고의 문같이 생겼다. 이곳이 예전에는 은행이었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가져와 설치를 한 것인가? 궁금하긴 했지만 또다시 Help Desk의 그 점원을 괴롭히지 싫어서 궁금증을 참았다. 대신 그 문안의 방으로 들어가자 판매하지 않을 것 같은 오래된 책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것도 책장을 덤성덤성 비워 둔 채로 말이다.
서점의 중앙에는 소파를 가져다 놔서 마치 서재에서 처럼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두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커피를 판매하면서 화랑에 온 듯이 벽면을 다양한 그림으로 채워 두었다.
반대편으로 돌아서면 1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위에서 책들이 꽂혀 있는 광경을 내려다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2층의 네 면중 두 면은 마지막 주인을 기다리듯 빼곡히 책들로 채워져 있다. 1달러짜리 책부터 고전 전집들까지 다채롭게 섹션별로 나눠져 있다.
또한 책들로 터널도 만들고 책으로 창을 만들어 놓은 것이 '사진 찍고 가세요!'하고 부르는 듯하다. 딱히 책을 사려고 온 게 아니어서 차분히 책을 골라 보진 않았다.
2층에도 1층과 같은 위치에 금고문으로 되어 있는 방이 있었다. 정말 은행이었는지 개인 금고인지 의하했다. 다음에 오면 꼭 물어봐야겠다.
다음번에는 시간을 넉넉히 하고 와 이런저런 책들을 골라 봐야겠다. 1달러짜리 책이라도 잘 고르면 괜찮은 책이 나올 듯하다. 해가 지기 시작하여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주 소
-. 453 S Spring St Ground Floor, Los Angeles, CA 90013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