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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대한 기록 02

요즘 얘기를 재미있게 비틀기 [혼모노]

by 김경수


단편 소설의 장점은 한 번에 한 호흡으로 다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또한,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흐려지지만 그래도 괜찮다. 일곱 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혼모노는 그 단편 중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걸로 책전체의 이름으로 한 걸 보면, 이 책의 의도는 진짜와 가짜 사이 어딘가의 얘기를 하려고 하는 듯하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혹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비틀어서 그려내고 있다.
우리말에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다. 누구는 코끼리 다리를 만져보고, 누구는 코끼리 코를 만지고, 또 누군가는 코끼리 배를 만져보고 서로 코끼리는 이렇게 저렇게 생겼다고 우기는 거다. 그렇다, 자기가 자란 난 환경 혹은 주의 사람들에 의해서 성향 혹은 가치관이 생겨난다. 이들이 어떤 일의 결정권자로 부딪히면 서로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고, 한쪽이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면 결국에는 싸움의 원인이 뭔지도 모른 체 서로를 헐뜯게 된다. 단편 중 하나인 '잉태기'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의 신화'에 보연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전적으로 도덕적인 것처럼 보이는 하나의 명백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의 진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진리를 인정해 버리면 그는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다. 다소 값을 치러야 한다. 부조리를 의식하게 된 인간은 영원히 거기에 결박당한다." 이와 같이 자기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한 가지에 집착하게 되면 누가 뭐고 말을 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리고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서 빠져나오려면 다소 값을 치러야 한단다. 금전적이든 시간적이든 혹은 정신적 피폐함이든.
무론 어떤 게 진짜인지 어떤 게 가짜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면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가짜를 알아채기가 어렵다. 가짜가 오히려 더 진짜스럽게 행동하니까.

작가는 사물이나 현상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진실되게 보이거나 느껴질 수 있다고 하는 듯하다. '스무스'에서 그 상황을 잘 보여준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동화되는 듯하다. 하지만 읽고 있는 독자들은 그 사람들이 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는지 안다.

일곱 개의 얘기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인 듯 하지만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어 읽기 편하고 책장도 잘 넘어갔다.

가족이 함께 읽어 보자고 구입하였는데, 여러 가족이 읽게 되니 아주 경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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