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단절되었던 곳에 다시 근무로 가게 되니 꼭 새로운 취항지 가는 것과 같은 설렘이 생겨서 좋다. 홍콩도 거의 4년 만에 내려보니 감회가 새롭다. 예전과 같을까 아니면 많은 것이 바뀌었을까 궁금했다. 호텔은 예전과 같은 곳으로 변함이 없다. 새벽녘에 일어났다 다시 잠들어 늦잠을 자다 아침 식사시간 끝나기 전에 겨우 맞춰 일어나 동료들과 간단히 먹었다. 오늘은 완탕면으로 유명한 맛집을 갈 예정이라 시장기만 면하면 될 터이다. 아침 같이 먹으며 완탕면 먹으러 나갈 예정이라 하자 동료 몇 명이 함께 하기로 했다.시내까지는 호텔제공 셔틀이 있긴 하지만 시간 맞추기도 그렇고 해서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호텔 근처의 역(石門站, Shek Mun Station)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홍콩은 옥토퍼스 카드를 이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이번은 1회권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발권기에서 가고자 하는 역을 선택하고 그 금액을 넣으면 1회용 카드가 나온다. 목적지는 침사추이(尖沙阻) 근처인 沙東(East Tsim Sha Tsui) 역으로 선택 후 발권.
전철은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서 그리 붐비지는 않았다. 시내 진입 하기 전까지는 지상구간이고 지하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한다.
< 스타의 거리에서 홍콩섬 바라보기 >
페닌슐라호텔 방면의 지상출구로 올라와 길을 건너 '스타의 거리'로 향했다. 할리우드의 스타의 거리와 같이 홍콩스타들의 손도장을 바닷가 난간 위를 따라 이어져 있다. 추억의 스타들을 기억해 냈지만 후배들은 누구인지 들어보지도 못한 스타가 대부분이다. 바다를 따라 건너편의 홍콩섬 마천루를 보면서 침사추이 시계탑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전철로 홍콩섬까지 바로 갈 수도 있었지만 배를 타고 넘어가는 것도 운치가 있어 침사추이/센터랄을 구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배표를 위해 현금이 필요하여 환전소에서 환전하면서 바로옆을 보니 야외 맥도널드에서 맥플러리를 팔고 있다. 이 더워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배 위에서 먹을 겸 각자 원하는 맛으로 하나씩 들고 배 타러 출발!!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생각보다 파도가 있어 배가 좌우로 살짝씩 흔들린다. 건너편에서 보는 건물들 풍경이랑 배 위에서 보는 건물들 풍경이 사뭇 달리 보인다. 홍콩의 건물들은 얼마나 더 지을 수 있을까? 이런 상념에 잠기다 보면 금방 도착이다. 인파에 휩쓸려 내리다 보면 방향을 잃기 마련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MIDDLE LEVEL초입의 완탕면을 먹으러 가는 거다. 일단 구름다리를 이용해 IFC빌딩 방향으로 가면 된다. 멀리 보니는 Apple Shop을 방향키로 설정하면 쉽다. 밖은 습하고 덥지만 구름다리 아래로 트램 지나가는 것을 내려다보면 '아! 이게 홍콩이지'라고 느끼게 된다.
<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트램 >
얼른 IFC로 들어가 더위를 식혀야겠다. 찬바람을 쐬며 이곳저곳 명분 SHOP들을 눈구경하면서 화장실도 한 번 드러고 간다. K-POP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하다. 명품 SHOP 광고 모델 여기저기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보게 되어 반갑다.
MIDDLE LEVEL로 가는 길은 같은 층으로 계속 가면서 '恒生HANG SENG은행' 건물 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된다. 다시 야외 통로로 나오니 덥긴 하지만 새로 생긴 가게들로 잠시 시원함을 다시 느끼며 MIDDLE LEVEL의 첫 번째 에스컬레이터 타면 된다. 첫 번째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면 왼편 계단으로 내려가자. 홍콩의 오래되고 유명한 완탕면집 두 곳이 마주 보고 있다. 오늘은 두 가게를 모두 가 보기로 했으니 어느 한 집을 선택하지 않아서 좋다. 다만 어느 곳을 먼저 갈 지만 결정하면 된다.
< MAK's Noodle >
< Tsim Chai Kee Noodle >
손님이 조금 적은 MAK's Noodle를 먼저 가기로 했다.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에서 시그니처 완탕면을 주문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웨이터 분이 아주 친절하게 응대해 주신다. 음식은 패스트푸드 보다 빨리 나온다.
국물 먼저 한입!! 입안으로 퍼지는 감칠맛이 정말 끝내준다. 달걀면은 가늘면서 탱탱하지만 끊어짐이 있어 좋아하는 식감이다.근데 완탕은 약간 아쉽다. 완탕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 면과 함께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부족하다. 그래도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다 비웠다. 맛있다!!
양이 적었다고 하더라도 건너편의 Tsim Chai Kee(沾仔記) Noodle로 바로 가기에 포만감이 있어 잠시 SOHO의 벽화거리로 가 보기로 했다. MIDDLE LEVEL 에스컬레이터가 코로나 이전보다 좀 더 깔끔해진 듯하다. 카페와 Bar들이 새롭게 많이 들어섰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 유명하다는 에그타르트도 샀다.(집에 가져와 전자레인지에 데웠는데 본래 맛이 나지 않았다 ㅠ.ㅠ, 가족들 생각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 보자!)
배가 좀 꺼진 듯하여 Tsim Kai Kee로 향했다. 멀리서 보니 대기가 한 명도 없다. '쉬는 시간이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많이 앉아 있어 다행이다. 우리 일행을 옆으로 네 명 나란히 앉은 좌석으로 안내하여 앞의 모르는 사람과 마주 보고 앉았다. 홍콩 식당들은 빈자리에 사람을 붙여서 앉힌다. 이곳에서도 역시 시그니처 기본 완탕면 주문했다. '그럼 그렇지!' 자리에 앉아 음식 기다리며 창밖을 보니 다시 대기 줄이 늘어났다. 우리가 운 좋게 사람 없는 타이밍에 들어온 것이다.
금방 앞집에서 완탕면 바닥까지 보이면서 먹었던 나인가? 다시 먹어도 맛있다. 아니 앞집보다 이곳이 더 맛있다. 면도 그렇지만 완탕이 더욱 크고 새우가 야무지게 들어가 있어 식감이 더욱 풍부했다. 심지어 가격도 앞집보다 더 싸다. 미슐렝을 10여 년째 받아오면 이유가 아니 계속 줄을 서면서 먹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입구옆 창문과 벽면은 미슐랭 인증으로 채우고 있다. 이번에도 국물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내가 완탕면 이렇게 좋아했나?
함께 간 후배들은 두 그릇 째라 바닥을 보진 못했지만 모두의 의견이 이곳Tsim Kai Kee 맛이 낫다고 한다. 그래도 한 그릇만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을 버리고 두 곳 모두 가 보시길.
호텔에서 완탕면만 먹으려면 전철 타고 먼 길 오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홍콩 중심가를 지나며 홍콩의 정취를 살짝 느끼고 싶다면 강력 추천이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센트럴역에서 전철을 타서 Nam Cheng(南昌) 역에서 石門역으로 갈아타고 가는 게 좋다.
주소 :
Tsim Kai Kee : Shop B, G/F, 98 Wellington St, Central,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