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묵상

by 곰탱구리

언젠가 내게도 예정된 죽음이 다가오면

제게 주실 겸허한 마음을 조각내어

나를 위해 슬퍼할 사랑하는 님들에게

마음의 평온으로 나누어 주소서


내 삿된 영혼이 가야 하는 길에

삶에 대한 짙은 아쉬움과 한탄보다는

내가 행한 모든 말에 상처받은

내가 행한 모든 행동에 아픔 겪은

모든 것을 다시 기억하게 해 주시어

눈물 가득 찬 참회로 가득하게 해 주소서


망자의 길에 두렵고 무서워 쓰러지면

당신의 힘으로 일으켜 세우지 마시고

작은 연민과 불쌍히 여기는 긍휼의 눈으로

스스로 일어서기를 잠시만 기다려 주소서


이 세상에서 내 있던 모든 것을 지우시고

태초의 본원적인 근원만 잔존하게 되어도

한 조각의 그리움 만은 희미하게 남기시어

후회가, 참회가, 용서를 비는 기도가 되어

다른 이의 현생에서 받을 축복에 보태 주소서


신께서 제게 허락하신 시간마저 끝에 다다르면

존재와 부존재의 모든 기억에서 사하고 멸하시되

근원의 귀퉁이에 묻어있는 조각들의 자취는

잔잔한 빛으로 산자의 삶에 남아있게 하소서


세상에 널린 죄와 악의 바다에 높은 등대를 만들어

그 미약하기 그지없는 빛들을 안에 들게 하시고

나의 그리움이 우리의 그리움이 그 안에 점점 차올라

후회와 참회의 길을 길이 밝게 비추어 주소서


그리하여


나를 위해 그를 위해 슬퍼하는 사랑하는 님들이

더 밝은 그리움으로 영원히 남을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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