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지렁이

by 곰탱구리

맨 땅에 비척거린다

꼬고 비비고 뒤틀고

길고 둥근 몸이 꼬인다

너의 고통은

물기하나 없는 땅 위에서

말라가는 육체일까

그리운 숲에 도착 못한

애닮은 집착 탓일까


네게서 나를 본다

힘든 삶, 이루지 못한 꿈

고통과 집착에 대한 동질감

나의 슬픔의 근원은

몸부림치며 힘들어하는

너를 보며 느끼는 연민일까

네게 공명되어 나를 파고드는

감정적 정서의 연동일까


네가 썩어 풍화된 땅 위를

내가 발 딛고 걸어간다

내가 썩어 퇴적된 길 위를

네 아이가 깃들어 다시 기어간다

너의 피가 나의 몸이 되고

나의 아픔이 너의 몸부림이 된다

사바세계 우리의 작은 인연은

피안의 연꽃 속에서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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