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퍼져 돌던 가쁜 숨소리
적막한 공간 속으로 잦아들면
나는 죽음보다 고요한 침묵을
어깨에 가득 메고 거리로 나선다
시체처럼 잠든 사람들 사이에
홀로 잠 못 들고 헤매는 시간
짙은 강박감의 포로로 사로잡혀
머물지 못하고 걸어야만 했다
어둠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보다
혼자라는 공포가 더 숨 막혀온다
막힌 듯 막힌 듯 막히지 않은
끝없는 실타래로 이어지는 골목길
괴기한 미소로 나를 기다리는 나를
길의 막바지에서 대적하며 선다
비명은 목의 꼭지까지 차오르지만
단말마의 절음만 입속을 맴돈다
도피를 위해 허우적거리는 두 손에
나 아닌 내가 스르륵 다가와 부딪힌다
거품처럼 산산이 부서져 그것들로 변하고
내 몸에 달려 붙어 내 속의 나로 스며든다
뒹굴며 떼어내려 악다구니 써보지만
그것들은 결국 온전한 나로 녹아든다
그것들이 점차 내 속에 내가 되어갈수록
나는 나를 하나씩 하나씩 자꾸 잃어간다
극심한 고통은 나의 굴복을 강요하고
굴복은 다른 나를 인정하라 협박한다
결국 그것을 인정하는 신앙고백 이후에야
이 지독한 악몽이 단지 현실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