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속삭이는 공포 (1-6)

신종 장기매매 (최종회)

by 곰탱구리


그때였다. 왼팔에서 감전된 듯한 찌릿한 통감이 시작된 것은...

그 찌릿한 감각은 서서히 떨려오는 경련과 함께 고통으로 변하여 상반신 전체를 덮어가고 있었다. 가슴을 가득 채운 고통이 천천히 아래로 향해 허리춤에 도착했을 때 평소에 전혀 느끼지 못했었던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고통이 오늘은 절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확신은 끝이 없는 무한대의 공포심으로 변해 내 영혼을 지배해 가기 시작했다. 몸은 경련과 마비로 인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닥에 넘어져 덜덜 떨고 있었고, 머리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눈동자 만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 공포와 고통을 하늘에 호소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제발 구해달라는 마음이 절실하였지만 주변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진호 녀석의 뒷모습을 한 노신사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비와 비틀림으로 인해 오는 지독한 고통에 연수를 거쳐 영혼 깊숙한 곳까지 침탈당하자 나는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 서서히 감겨가는 눈에 들어온 것은 수십 개의 똑같은 노신사의 얼굴이 허공에 둥둥 떠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광경이었다. 여전히 부드럽지만 무언가 위화감이 가득 느껴지는 미소를 띠고 있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행히도 온몸을 조여오던 고통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몸은 마비된 상태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형상으로 굳어진 채 어딘지 모를 곳의 돌로 된 침대 위에 뉘어져 있었다.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성대의 존재 자체가 없어진 것처럼. 눈만 좌우로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서는 것이 느껴졌다. 불길한 예감은 결코 틀리는 법이 없었다. 나의 눈에 보인 것은 역시나 그 노신사의 얼굴이었다.

“당..신 누구야?”

“호오. 놀랍군. 온몸이 마비되었을 텐데 말을 할 수 있다니. 역시 내가 고른 인간이라 그런가? 의지가 매우 강하군. 만족스러워.”

“...왜?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때 또 다른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노신사와 놀랍도록 똑같은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조금 달라 보였다. 특히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얼굴이 동일함에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 놈인가? 꽤 튼튼해 보이는 놈이군.”

“아! 손대지는 마시죠 악마의 회계관 멜콤님! 그놈은 맘몸님을 위하여 준비된 육체입니다.”

“좀 아깝군. 이봐! 지옥의 변태의사 림몬! 내 육체는 언제쯤 준비될 수 있지?”

“변태의사라니요. 이래 봬도 루시퍼 님께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 천재의사입니다. 뭐 인간세계가 워낙 타락해서 육체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맘몸님의 수술만 완료되면 멜콤님을 위한 육체도 바로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군. 100년 전 자네가 인간세상에 퍼트린 ‘장기를 통한 지옥 탈출 프로젝트’가 이제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는군. 고리타분한 빙의나 초혼 등의 방식은 이제 없어져야 해! 기껏 맞는 육체를 찾아 들어가 봤자 퇴마 의식인지 뭔지 하는 그 신부 놈들 때문에 효율이 너무 떨어져.”

“맞습니다. 멜콤님! 이제는 인간들이 장기 이식에 대하여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진 데다가 워낙 인간 세상이 오염되어서 우리 악마들이 살기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니 굳이 지옥에만 머물 이유가 없지요. 악마들의 장기를 인간의 몸에 심어만 놓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간의 영혼은 자연히 빠져나가고 악마가 육체를 고스란히 차지하게 되죠. 물론 이 방법은 그 멍청한 신부 놈들의 퇴마 의식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표면은 인간 그 자체이니까요.”

“아주 혁신적이야. 림몬! 너의 위대한 업적은 지옥의 모든 악마들에게 영원히 기억되며 대대로 찬양될 것이야.”

“감사합니다. 멜콤님. 아! 저 놈의 영혼이 이제 거의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곧 맘몸님께서 강림하실 것입니다. 저놈 왼쪽 어깨 쪽에 영혼이 보이시죠?”

“그래! 맘몸님을 영접할 준비를 해야겠군.”


아득하게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놈들의 대화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결국 가난이 죄였다. 2년 전 꺼져가는 자식의 목숨을 구걸하는 우리 부모님에게 은근하게 접근한 의사가 한 명 있었다. 의사는 심장이식의 신기술 적용을 미끼로 거의 무상에 가까운 비용만으로 심장이식이 가능하다고 실험을 제안하였고 돈이 없던 우리 부모님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즉시 실험 서류에 사인을 해 버렸다. 서류 뒤에 숨어있던 특별약관의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살펴보지도 않은 채.


시야가 두꺼운 비닐에 쌓인 듯 점점 뿌옇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의 하반신이, 상반신이 그리고 나의 모습 전체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누운 상태에서 내가 보이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으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 영혼이 내 몸에서 쫓겨나 허공에 멍하니 서있었던 것이었다. 우리 부모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악마에게 자식의 육신을 팔아버린 꼴이 되었던 것이었다. 물론 부모님이 원망스럽지는 않다.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저 부실한 내 심장이 미웠고 가난하게 태어난 나의 팔자가 원망스러웠을 뿐이었다. 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나의 영혼을 보는 순간 친구인 진호 녀석이 본 검은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 심장에 깃들어 있던 악마 맘몸의 손이었다. 그의 손이 조금씩 나의 영혼을 몸에서 빼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의 영혼을 발견한 악마들은 땅에 버려진 쓰레기 뭉치를 본 듯이 귀찮다는 듯 손으로 휘휘 휘저었다. 악마들의 손짓에 깜짝 놀라서 밖으로 도망을 하려고 뒤돌아 섰다. 그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 지하에는 내가 누워있던 침대 말고도 20개 정도의 돌 재단이 어둠 속에 일렬로 쭉 늘어서 있었고 침대 위에는 조금씩 빠져나오는 아니 끌려 나오는 인간의 영혼들이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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