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속삭이는 공포 (2-1)

함무라비아의 멸망

by 곰탱구리


“애애애애앵~!”


도심 곳곳에 갑작스럽게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이 비상 사이렌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에 깜짝 놀라서 지하로 대피하거나 가족과 함께 있기 위해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급하게 옮겼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을 확보한 사람들이 최우선적으로 하는 행동은 핸드폰이나 TV를 켜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 그러나 방송을 진행하는 리포터 조차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비상 사이렌이 울린 지 정확히 72시간이 지나자 TV의 모든 채널에서 미국 NASA의 공식 채널이 동시에 방송되였다. NASA 우주협회 협회장인 윌리엄이 수백 대의 카메라를 마주며고 연단 위로 올라섰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제 생애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결코 없었는데 이렇게도 불행하고 슬픈 일이 눈 앞에 닥쳐왔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진심으로 안타까움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윌리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본론을 꺼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말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동요가 생기더니 점차 웅성거림이 심해지고 결국엔 성격 급한 기자 한 명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손을 들고일어나 크게 외쳤다.

“BBC 험스펠트 기자입니다. 지금 중요한 사항은 말씀을 계속 피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정확한 사실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협회장님의 이야기 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진실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이런 발표를 하지 않고 피하고 싶은 제 마음도 조금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휴~!”

윌리엄의 한숨은 깊고도 길었다. 잠시 눈을 내려 감고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다시 크게 눈을 뜨고 마이크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우리는... 우리 지구는 지금 이 시간부터 안드로메다 성운의 지배자인 티탄 제국의 공식적인 은하계 식민지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식민지라는 단어에 강당을 꽉 메운 사람들의 입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는 동시 다발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기자들의 아우성 속에서 윌리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지구는 이제 티탄 제국의 55번째 식민지로 정식 등록되었습니다. 물론 티탄 제국은 안드로메다 성운의 티탄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그러니까 우리의 입장에서는 외계인이라 부를 수 있겠군요. 외계인의 제국입니다. 지난 3일 동안 지구는 외계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하여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보았으나 저들의 우수한 기술력에 불가항력적으로 항복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뒤면 외계 점령군이 지구를 통치하기 위하여 군대와 통치자를 지구에 보낼 예정입니다. 반항하지 않으면 지구의 안전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하였으니 불필요한 저항은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조용히 그들을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랬다. 일주일 전 NASA의 우주협회와 미국의 국가안전보장국에서는 우주에서 보내온 외계인의 전파를 수신하였다. 우연히 수신된 것이 아니라 우주협회와 국가안정보장국을 콕 찍어서 발송된 것이었다. 외계인이 지구의 기관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협회장인 윌리엄과 국가안전보장국장의 이름까지 기재하여 영어를 비롯한 50여 개의 지구 언어로 문서를 보내온 것이었다.


내용은 간단하였다. 무조건 항복하고 티탄 제국의 식민지가 되라는 내용이었다. 만일 싸우려 한다면 화성 뒤편에 대기하고 있는 우주함대를 보내 지구 자체를 소멸시키겠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었다. 미국은 급박하게 UN 상임 이사국을 비밀리에 소집하였고 이 사실을 공유하였다. 상임 이사국들은 하나같이 격분하였고 연합하여 외계인의 침입에 대항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영국 등 우주선을 보유한 나라들은 우주선에 핵을 탑재하여 외계인의 우주함대에 대응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때 또다시 UN 상임 이사국이 모여 비밀리에 회의하고 있는 곳으로 PC를 통해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전쟁을 택한 것에 대하여 의견을 존중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외계인 치고는 상당히 신사적 이였다. 그러나 그다음의 문장은 결코 신사적이지 않았다. 오후 7시 40분에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유로파’는 가니메데, 칼리스토, 이오와 함께 갈릴레오가 발견한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이다. ‘유로파’의 지름은 3,122km로 지름이 3,476km인 달보다 약간 작은 위성이었다. 티탄 제국의 함대는 정확히 지구 시간 오후 7시 40분 00초에 붉은색의 광선을 유로파로 향해 발사하였고 화성에서 목성까지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단지 1초 만에 주파하여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단지 한 번의 공격으로 달보다 약간 작은 위성 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UN 상임 이사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버렸다. 무기의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무기를 화성과 목성 간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단 1초 만에 도달시킨 기술력에 기가 질려버린 것이었다. 티탄 제국의 은하 우주함대 사령관이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 외계인은 자신의 이름이 ‘아울아비오’라고 지구식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48시간의 여유를 주었다. 자신들은 지구의 모든 전파 채널을 감시하고 있으므로 TV를 통해 성명으로 항복할 것인지 아니면 전쟁을 벌일 것인지를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즉, 지구 자체의 방송으로 지구의 의지를 표명면 알아서 확인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외계인의 엄청난 무력과 기술력을 실감한 UN 상임이사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하여 결국 항복을 선택하였고 우주협회의 대표인 윌리엄이 오늘 전 세계에 생방송을 내보낸 것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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