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문다
개와 늑대의 공존 시간
어둠과 두려움이 흐른다
잊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잊혀진 것은
잊혀진 이유가 있음에도
가장 두려운 시간에
가장 두려운 기억과 마주한다
지난 시간 속에 버려진
너절한 남자의 사체
머리를 뚫고 기어 나온
죄 없는 벌레 한 마리
죄인인 남자의 발에 밟혀
상실의 공간 속에 버려진다
사체의 발을 피해
살아남은 벌레들
어둠과 밝음 사이 좁은 틈으로
스멀스멀 기어 들어온다
머리를 점령한 것은
나에게 헛되이 버려진
수많은 시간들
기억이 되고
후회가 되고
눈물이 되어
노을 속에 스러져 가는
노년의 나와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