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버스
그때였다. 외부에서 무엇인가가 버스에 강하게 부딪쳤다. 충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버스의 앞쪽에 무엇인가 계속 충돌하고 있었다. 버스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의 비명과 구토 소리가 뒤쪽까지 들려왔다.
“뭐야? 뭡니까?”
“우욱! xx ! 시체들이야. 근데 움직여. 분명 시체인데 살아있는 것처럼 버스로 달려들고 있어. 우욱! 이건 말도 안 돼. 거짓말이야. 우리가 모두 꿈꾸고 있는 거지? xx! 몰래카메라라고 하기에는 너무 잔인하고 역겨워. 여긴 지옥이야.”
“도대체 뭐라는 거야?”
장천은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다시 버스 앞쪽으로 걸어갔다. 버스 앞 유리에 보이는 광경은 지옥 그 자체였다. 보이지 않는 헤드라이트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그 자체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도저히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상한 것들이 끊임없이 버스로 뛰어들고 있었다. 마치 불을 본 하루살이처럼. 얼핏 보면 분명 사람의 형상이었다. 그러나 불빛에 비친 모습은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기괴한 모습들이었다. 머리가 반쯤 깨어져 나가 뇌가 질질 흘러나온 사람, 가슴에 커다란 구멍으로 축 늘어진 심장이 보이는 사람, 잘린 다리를 손에 들고 한 발로 깡충 거리며 뛰어오는 사람, 흘러내리는 창자를 주워서 온몸에 두르고 뛰어오는 사람.... 목불인견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입을 꾹 다물고 그런 것들을 그대로 깔아뭉개며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저게, 저게 뭡니까?”
“난들 어찌 압니까? 여기가 어딘지도 저들이 무엇인지도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신이 모르는데”
“네? 무슨 소리입니까? 난들 알겠습니까?”
장천의 짜증스러운 말대꾸에 운전기사는 못 들은 척 앞쪽에 시선을 고정하고 운전만 전념하였다. 그때 아까 보았던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끼어들었다.
“저것들 혹시 좀비 아닐까? 거 왜 있잖아. 부산행에서 나온 그런 거.”
“영화도 아니고 현실에 그런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음. 그런가? 아니다. 그래 맞아. 전쟁이 난 거야. 그리고 악독한 북한 놈들이 생화학 폭탄을 터트린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저렇게 변한 거야. 좀비처럼 말이야. 맞지? 내 말이 맞지? 그렇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 믿어 보고 싶네요.”
“그지? 그렇지? 그래 내 말이 맞아!”
“네 맞아요. 그 말이 맞아요. 하하. 아니라 하기에는 너무 무서워요. 그냥 믿고 싶어요.”
장천은 자신의 말처럼 그냥 그렇게 맞는다고 믿고 싶었다. 그랬다. 아니 그래야 했다.
버스 헤드라이트가 비치는 경계 넘어 암흑은 마치 지옥의 동굴처럼 느껴졌다. 동굴 속에서는 미친 괴수들이 끊임없이 줄을 이어 나와 버스로 달려들었다.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은 도심의 중심가인데도 켜져 있는 가로등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멀리서 보았던 엄청난 크기의 화염 덩어리가 지금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버스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로지 버스 헤드라이트 하나에만 의지하여 달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멀리서 보였던 그 많은 화염은 어떻게 된 거지? 저 괴물들이 불을 껐을 리는 없을 텐고 저절로 꺼질리는 없을 것인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일의 연속이네.”
장천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괴물들은 끊임없이 버스에 부딪쳐 왔다.
탕~ 으직, 탕~ 탕탕탕~ 으직, 으직, 탕~ 타탕 빠각
괴물들이 버스에 부딪치고 바퀴에 깔려 터지는 소리와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왔다. 특히 바퀴의 지끈거리는 느낌은 불쾌하고 끔찍한 느낌을 들게 하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힘차게 달리던 버스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며 느려지기 시작했다. 험악한 인상의 남자는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계속 버스 앞을 바라보며 감시하고 있었다. 그도 버스의 속도가 줄어든 것을 느꼈는지 운전기사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버스가 느려졌지? 고장이라도 났나?”
“기름이 떨어졌소. 빨리 주유소를 찾아야 돼요. 안 그러면 여기서 꼼짝 못 하고 오도 가도 못하게 돼요.”
“아니 밖이 저렇게 깜깜하고 괴물들이 바글바글 대는데 나가서 기름을 넣어야 된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면 어쩌겠소? 당신들이 저지른 일인데 당신들이 해결해야지, 누가 하겠소?”
“뭐? 우리가 뭔 짓을 했다는 거야?”
운전기사는 앞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런 xx!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네. 야! 너 이리 나와봐!”
화가 난 남자는 운전기사의 목덜미를 잡고 운전석에서 끄집어내려고 힘을 주었다. 그러나 남자의 생각과 다르게 남자는 마치 바위덩어리처럼 운전석에 앉은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에이씨. 이건 또 뭐야?”
씨근거리던 남자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자리로 돌아가 팔짱을 끼고 앉았다. 다시 2km 정도를 달리던 버스는 서서히 멈춰 섰다. 버스가 완전히 멈추자 운전기사가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일어나 승객들을 향해 돌아섰다.
“기름이 없어요. 나가서 구해와야 합니다”
“예? 지금 저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요?”
“아니면 여기서 버텨야 합니다.”
사람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장천도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려 어두운 밖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때 시꺼먼 어둠을 찢고 사방에서 괴물들이 몰려들었다. 버스의 유리창은 괴물들의 피 묻은 손자국이 빼곡하게 찍혀가고 있었다. 아픔도 공포도 느끼지 않는 괴물들은 점점 강도를 높여 버스의 외곽과 유리창을 두드렸다. 계속되는 외부의 충격에 견디기 힘든 듯 유리창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이 안쪽으로 크게 휘어져 위태롭게 보였다. 장천은 의자에 엎드려 두 발로 유리창을 바깥쪽으로 힘차게 밀었다. 휘어졌던 유리가 원상태로 돌아가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장천은 크게 소리 질렀다.
“유리창을 발로 밀어요. 유리가 깨지면 우리는 끝이라고요. 해가 뜰 때까지 버텨야 해요.”
그제야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유리창에 달라붙어 발로 밀기 시작하였다. 괴물들과 사람들의 대치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괴물들의 수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손으로 밀어대는 괴물, 떨어져 나간 발을 망치처럼 들고 유리창을 두드리는 괴물, 얼굴이 찌그러질 정도로 밀어대는 괴물, 급기야 서로를 짓밟고 버스 천정으로 기어올라와 환풍구 사이로 들어오기 위해 몸을 꾸겨 넣는 괴물들까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버스는 점차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괴물들에 둘러 쌓여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사방에 금이 가지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울고 절규하고 소리쳤다. ‘우직 우직’ 소리와 함께 유리가 못 버티고 깨져 나가려고 하는 순간 버스가 앞으로 굴러 내려갔다. 운전기사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버린 것이었다. 제법 높았던 경사 덕분에 앞을 가로막는 수없이 많은 괴물들을 깔아뭉개며 밑으로 굴러갔다. 점점 가속도가 붙자 옆에 붙어있던 괴물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가자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몇 백 미터를 굴러 내려온 버스는 평지에서 서서히 속력이 느려지더니 결국 멈춰 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