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버스
사람들은 멀뚱멀뚱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기 급급했다. 금 간 버스 창문에는 괴물들의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밖은 아직도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운전기사가 다시 한번 일어나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버스 앞문을 열었다.
“무슨 짓이야?”
“무슨 짓?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기름이 없다고. 방금 전에는 경사가 있어서 다행히 도망쳐 왔지만 지금은 평지라 기름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어. 이대로 있다가 아까 그 괴물들이 다시 몰려오면 방법이 없어. 어떻게든 나가서 기름을 구해야 해!”
“이 어두운 밤에 누가, 어디서 기름을 구할 수 있겠냐고?”
“아까 내려오다 보니까 여기서 300m 떨어진 곳에 주유소가 하나 있는 것이 보였어. 기름통을 내어줄 테니 몇몇이 가서 기름을 가져와.”
“괴물들이 언제 올 줄 알고 밖으로 나가? 난 못 가.”
“그래? 기름을 가져오지 않는 놈은 이 버스 못 타. 내쫓을 거니까 마음 데로 해!”
“제길. 이봐요 운전기사 양반! 다른 방법은 없소?”
“없소이다. 기름이 없는데 다른 무슨 방법이 있겠소?”
“그럼 다 같이 갑시다. 기름통이나 주시오”
결국 방법이 없어진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 손에 쥐고 밖으로 나갔다. 운전기사는 버스 아래쪽의 화물공간에서 20L짜리 빈 석유통을 꺼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내려 확인해 보니 운전기사를 포함하여 승객은 총 6명이었다. 운전기사가 앞장서서 사람들을 주유소 쪽으로 이끌었다. 인상이 험악한 남자는 생긴 것과 다르게 한껏 겁에 질린 듯 주눅이 들어 맨 끝에서 사람들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주유소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모든 불이 꺼져 깜깜하였지만 비상구의 녹색등은 일부 작동되고 있어 사람들은 그 불빛을 보고 움직일 수 있었다.
장천은 주유기 하나를 들고 기름을 받기 위해 작동을 눌렀다. 그러나 전기가 나갔는지 주유기는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그것을 보고 사람들을 주유소 한쪽에 있는 탱크 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기름탱크의 문을 열고 안을 확인하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누군가 내려가서 기름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름통에 담아서 위로 올리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겠어.”
운전기사의 말을 듣고도 모두가 모른 척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운전기사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둥그런 원형의 탱크 입구로 발을 내렸다. 다행히 안에는 사다리가 놓여있는 듯하였다. 몇 발자국 내려가지도 않고 운전기사가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기름이 있네. 내가 손을 뻗으면 기름통을 내려줘”
잠시 후 기사의 목소리가 기름 탱크 속에서 울려 퍼져 나왔다.
“기름통!”
운전기사 바로 뒤에 서있던 남자가 사람들의 기름통을 받아 우선 한 개를 아래로 내려줬다. 기름통을 받아 드는 운전기사의 손이 어렴풋이 보였다. ‘꼴꼴꼴’ 하고 빈 통에 액체가 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5분이 지났다. ‘꼴꼴꼴’
10분이 지났다. ‘꼴꼴꼴’
20분이 지났다. ‘꼴꼴꼴’
30분이 지났다. ‘꼴꼴꼴’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인상 험한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걸어와 탱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꼴꼴꼴’ 소리는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다. 분명 운전기사는 20L짜리 석유통 1개만 들고 들어갔는데 아직도 석유를 담고 있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이봐!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 대꾸도 없이 예의 ‘꼴꼴꼴’하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성격 급한 남자는 몸을 탱크 안쪽으로 숙여 운전기사를 확인하려고 하였다. 그때, 남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남자의 몸은 반은 탱크 속에 반은 탱크 밖에서 바둥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남자에게 달려들어 탱크 속에서 끄집어냈다.
‘쑥’하고 너무도 손쉽게 딸려 나온 남자의 몸은 상반신은 없이 하반신만 남았다. 그 남자를 끄집어내던 장천과 한 남자는 기겁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버렸다. 사방에 무서울 정도의 정적이 몰려들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천은 남자의 하반신을 손에 그대로 잡은 채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을 뿐이었다.
“탁.... 탁... 탁...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