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버스 (마지막 편)
탱크 안에서 무언가 사다리를 잡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쪽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무언가 쑥 하고 올라왔다. 끌려 들어갔던 남자의 상반신이었다. 잘린 상반신이 혼자 움직여 기어 올라온 것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아까 보았던 괴물들과 똑같이 파리하고 생기가 전혀 없어 보였다.
사람들은 ‘어어어’하는 반쪽 짜리 비명만 목에서 쏟아내며 뒤쪽으로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었다. 천천히 탱크에서 완전히 올라온 남자의 상반신은 두 손을 쭉 뻗어 몸을 세운 뒤 한 사람 한 사람 쳐다보며 일일이 눈을 맞추었다. 그러다 장천을 보자마자 입을 크게 벌려 ‘으허헝’ 하는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며 두 팔로 기어 장천에게 달려들었다. 장천은 그 모습에 기겁하고 일어나려 도망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너무 당황한 탓에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남자의 소리가 신호가 된 것처럼 탱크의 구멍에서 괴물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괴물들이 사람들을 덮쳐 버렸다. 손을 붙잡고 양쪽으로 잡아당기고 다리를 뽑아내기 위해 붙잡고 늘어지고 눈을 찌르고 입을 찢고 머리카락을 뜯어내었다. 장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남자의 상반신에 다리가 잡혀 쓰러지자 괴물들이 그의 사지에 매달려 거열형이라도 하려는 듯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겼다. 장천은 비명을 질렀다. 괴물들의 힘이 너무 강해서 그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으악! 살려주세요. 제발! 도와줘. 이 괴물들 좀 떼어줘.”
“너를? 내가 왜?”
사람의 목소리에 장천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상반신만 남은 남자가 낸 목소리였다.
“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나를 죽이려고 하지? 내가 무슨 죄가 있어서 죽어야 되냐고?”
“죄? 네가 죄가 없다고? 그럼 너는 왜 날 죽였지?”
“뭐? 내가 언제 널 죽였다고?”
장천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험한 인상의 남자 얼굴은 어느새 자신이 죽여 파묻어 버린 사채업자의 얼굴로 변해있었다.
“뭐... 뭐야? 넌...”
“이제 알겠어? 너의 죄가 뭔지?”
사채업자의 얼굴을 본 장천은 온몸의 힘이 빠졌다. 사방으로 당기던 괴물들의 힘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장천의 팔과 다리는 조금씩 찢어져 나가고 있었다.
‘찌지직.... 부욱,,,”
엄청난 피가 튀어나오며 사지가 찢어져 버린 장천은 그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너의 죄가 무엇이지?”
‘찌지직.... 부욱,,,”
“너의 죄가 무엇이지?”
‘찌지직.... 부욱,,,”
“너의 죄가 무엇이지?”
‘찌지직.... 부욱,,,”
“너의 죄가 무엇이지?”
괴물들이 합을 맞춰 동일한 목소리의 동일한 톤으로 준엄하게 물어왔다.
“나.... 의 죄.... 는....”
장천은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때 기름 탱크에서 올라온 운전기사가 장천의 조각난 시체를 한 손에 모아들고 버스로 올라가 한쪽에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시동을 걸고 앞쪽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운전하여 정차 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다.
저 멀리 30m 뒤쪽에서 장천이 헉헉 숨을 몰아 쉬며 급하게 버스를 향하여 뛰어오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그 모습을 여유롭게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9999999번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