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창밖을 본다

by 곰탱구리

가까이 닿을 수 없어

안타까움만 세상에 띄운다


얽히고설켜 뒤틀린 인연

헝클어진 씨줄과 끊어진 날줄은

부서진 바둑판에 홀로 남은 백돌처럼

알 수 없는 인과의 잔해로 남는다


실체를 잃은 공허와

질펀하게 뒤엉킨 생각들이

샴쌍둥이의 다른 쪽을 피해 도망온 듯

혼세의 카오스를 배출한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하루조차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마실 수 없는 미다스의 술잔처럼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세상과 어긋난 공간이 굴절되어

나는 그곳에 오래 머물렀으나

그 누구도 나를 보지 않았다


비는 그저 떨어진다

자동차는 그저 달려간다

도시의 짙은 회색의 호흡을 토해낸다


세상을 인식하지 못한 채

홀로 단절 속에서

서서히 회색의 도시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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