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닿을 수 없어
안타까움만 세상에 띄운다
얽히고설켜 뒤틀린 인연
헝클어진 씨줄과 끊어진 날줄은
부서진 바둑판에 홀로 남은 백돌처럼
알 수 없는 인과의 잔해로 남는다
실체를 잃은 공허와
질펀하게 뒤엉킨 생각들이
샴쌍둥이의 다른 쪽을 피해 도망온 듯
혼세의 카오스를 배출한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하루조차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마실 수 없는 미다스의 술잔처럼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세상과 어긋난 공간이 굴절되어
나는 그곳에 오래 머물렀으나
그 누구도 나를 보지 않았다
비는 그저 떨어진다
자동차는 그저 달려간다
도시의 짙은 회색의 호흡을 토해낸다
세상을 인식하지 못한 채
홀로 단절 속에서
서서히 회색의 도시인이 되어간다